주볼리비아 대사가 쓴 볼리비아 이야기

김주영 입력 2021. 1. 10. 19:36 수정 2021. 1.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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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재 '나의 볼리비아, 우유니 볼리비아'를 읽고

[김주영 기자]

 나의 볼리비아 우유니 볼리비아 책 표지
ⓒ 보민출판사
여행 서적을 처음 펼칠 때 목차부터 살피는 버릇이 있다.

글쓴이가 나를 인도할 장소가 어딘지 혹여 낯익은 지명은 없는지 궁금증을 품고서 말이다. 김학재 작가의 첫 작품인 <나의 멕시코, 깊숙이 들여다본 멕시코>(2019) 이후 1년여 만에 출판된 <나의 볼리비아, 우유니 볼리비아>(2020)를 접하고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남미의 심장이라 불리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원주민들로 구성된 볼리비아는 본 기자가 한 때 머물던 공간이다. 세계 최대 자연거울로 불리는 우유니 소금사막을 비롯해 라파스, 산타크루스, 수크레, 오루로, 타리하, 포토시 그리고 코차밤바까지 기억 파편이 산재한 추억의 도시들. 코로나 대유행로 볼리비아 여행을 못 즐기는 상황이나 그 아쉬움은 이 책으로 잠시나마 달랠 수 있으리라. 외교관 특유의 통찰력이 녹아든 접근법에 볼리비아 역사와 문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다움'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여정

여행하다 보면 이사람 저사람 말이 달라 당황한 기억은 한번쯤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짜증나거나 분노가 치민다면 그 손해는 오롯이 여행자 몫. 그런 상황에선 김학재 작가처럼 호기심을 품고 정답을 향해 묻고 또 물으며 여러 각도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볼리비아엔 많은 성당과 수도원이 눈에 띈다. 국교(state religion)가 구교(Catholic)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스페인 식민지배를 거친 여타 중남미 국가와 동일하게 로마 카톨릭 신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종교문화 및 시설 대부분이 주요 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볼리비아 카톨릭은 정통 카톨릭과 묘하게 다른데 대표적으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용모가 유럽적이지 않다는 등이다. 저자는 이 구별됨은 카톨릭의 토착화 현상으로써 "예수와 마리아의 카톨릭이 *파차마마로 대표되는 원주민 신앙과 동일시되고 이러한 유사성을 이용해 원주민에 대한 카톨릭의 보급이 급속도로 이루어졌다"는데 기인한다고 했다. 스페인어로 싱크레티스모 (sincretismo) - 동일화 또는 융합이란 뜻으로 멕시코 아스테카 사람들이 믿었던 토난친(Tonantzin)이 성모와 동일시되어 보급을 앞당겼던 사례와 유사하단 것이다. 

(파차마마: Pachamama, 볼리비아 원주민의 주축인 아이마라와 케추아 원주민이 숭상하는 대지의 여신.)

그렇다면 과거 스페인 신부들은 어떤 방식으로 카톨릭을 전파했을까? 독자의 다음 궁금증을 예견한 듯 작가는 수도 라파즈의 중심부 여행명소인 샌프란시스코 성당으로 안내한다. 이곳엔 다른 성당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제일 안쪽 제단의 여러 개 거울'이 비치돼 있다.

그가 만난 현지 가이드는 과거에 거울을 처음 본 원주민들의 호기심에 착안하여 신부들이 "이는 모습이 비춰진 사람의 영혼이니 영혼을 잘 보살피기 위해 교회에 나와야 한다"며 전도한다 했다.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일 찰나 반전이 있었다. 이후 현지 문화계의 한 인사로부터 '원주민이 성당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는 부연설명이 등장했다. 무엇이 정답일까?

이에 곰곰이 생각해본 기자는 어쩌면 두 현지인 모두 진실을 말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낯선 볼리비아에서 복음 전파하는 선교사들과 당시 통치자의 전도행위 및 방법은 시대와 상황에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독자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방식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볼리비아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즈는 '하늘의 도시' 명성에 걸맞게 해발 3천 미터에서 4천 미터 사이에 위치해 있다. 본 기자는 라파즈 공항에서 거의 수평적으로 이륙 및 착지하는 비행기들을 보며 매우 신기했었다. 현지 골프인들 사이에선 "저지대 평지 기압이 1000밀리바(mb)인데 비해 라파즈는 500~600밀리바여서 이런 기압 차이로 필드에서 약 10피트 정도 더 나간다"는 얘기가 돈다.  

김학재 작가는 그 고지대를 베이스로 '볼리비아다움'에 대해 고민해왔다. "새벽이 긴 도시다. 바꿔 말해 아침이 늦게 오는 도시이기도 하다. 일출시간이 넘어 날이 훤해졌는데 이로부터 계절에 따라 거의 30분에서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해가 나온다." 이 정도로 시간 흐름이 뒤틀린 곳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정도이지 않을까. 

그런데 공중도시를 설명하다 네덜란드가 언급된다. 라파즈의 높디 높음을 부각하고자 한 예시였다. 작가의 과거 부임지였던 네덜란드는 국명 자체가 '낮은 나라'란 뜻으로 국토 1/3 가량이 해수면 보다 낮다.

암스타르담의 대표공항인 스키폴 공항은 배의 무덤(ship's hole)이란 뜻인데 공항 인근이 해수면보다 무려 8미터 저지대란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에서 모두 살아본 작가만이 고안 가능한 극적 장치였다. 라파즈에서 13.4킬로 마라톤에 참가할 만큼 강심장이면서 현지 친화적인 외교관이기 때문일까, 그가 안내하는 '볼리비아다움'은 따스하다. 

다음 여정을 기대하며

마지막 장은 일반 여행기와 차별된 김학재 작가만의 특허전매로 가득하다. 한국-볼리비아 비자 이슈, 한인사회의 희노애락 등 외교관이기에 접근 가능한 현지 정보, 그리고 그 낯선 곳에서 살아가는 한인동포들의 삶의 향기까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글쓴이가 주볼리비아 스위스 대사를 지내고 현지 커피지역으로 유명한 '코로이코'에 정착한 할아버지를 만난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오랜 관료생활을 한 외교관이면서 인류학자 같은 풍모도 하고 있는 김학재 작가의 은퇴 후 삶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방인이라고 크게 이방인라고 느껴지지 않는 곳"이라 볼리비아를 소개한 작가 본인은 언제까지 이방인의 삶을 살아갈까? 그의 다음 여행지가 기대된다. 

[김주영 기자의 책 이야기]

1.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이유 (링크) 
2. 남미 최초 원주민 출신 볼리비아 대통령 (링크) 
3. 멕시코를 깊숙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링크)
4.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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