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오면 꼭 타봐야 하는 마을버스, 오늘도 달립니다

서치식 2021. 1. 1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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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시설관리공단 손경애 주임이 운행하는 전주시 마을버스 바로온 동승 취재기

[서치식 기자]

▲ 기놀이반 수업에 참여한 손주임  6월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진 기놀이반 수업은 직장인들이 많아 일과 후에 진행되었는데 동절기에는 어두워져 새롭게 마련된 전수관 야외공연장을 이용했다.
ⓒ 서치식
   
손주임과 필자의 인연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사람."

이번에 소개하려는 손경애(42, 전주시설관리공단 마을버스운영부 주임, 이하 손주임)씨를 3년 전 필자가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생각이다. 지난해 6월 기 놀이반' 강좌개설 소식을 듣고 장애를 가진 필자도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기접놀이의 기잽이는 큰 용기(龍旗)를 가지고 절묘한 기 놀이를 하는지라 오랜 시간의 강습과 연습 과정을 거쳐 양성되는데 전수관 개관을 앞두고 기 놀이반 강좌를 개설한 것이다. 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필자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전통적으로 기접놀이의 기잽이는 남자의 전유물이라 이번 기회에 금녀의 벽을 허물기위해 태권도로 다져진 손주임이 적격이라는 생각에 손주임에게 참여를 제안해 우리는 '전주기접놀이 전수관 1기 놀이반 동기(同期)'가 된 것이다.  
 
▲ 해외문화홍보원의 '세계인이 집에서 즐기는 한류문화' 콘텐츠 제작 공연 무대에 오른 기잽이동기 전주기접놀이가 세계로 나가는 첫 무대가 된 해외문화홍보원 공연에서 정식 기잽이로 무대에 오른 필자의 기놀이반 동기들(왼쪽부터 손동하, 백일영, 탁현주, 손경애)
ⓒ 서치식
▲ 정식 기잽이로 당당하게 무대에 선 손주임  태권도로 다져진 손주임은 필자와 달리 기놀이반 수업을 우수하게 수료하고 작년 10월 2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있었던 "세계인에 집에서 즐기는 한류문화" 360도 영상 촬영을 위한 해외문화홍보원 공연에서 정식 기잽이로 무대에 올랐다.
ⓒ 서치식
▲ 초보기수로써 함대마을의 보조기수 역을 능청스럽게 해 주목을 받은 손주임 기수로써 첫 무대였지만 함대마을의 보조기수 역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손주임은 이날 공연에서 한몸에 주목을 받았다.
ⓒ 서치식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임해 과정은 마쳤지만 기잽이가 못된 필자와 달리 그녀는 지난 10월 25일 '세계인이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한국문화'라는 콘텐츠 촬영에서 기잽이로 공식 무대에 올라 세계무대에 첫선을 보였다.   

이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해외공연기회가 없는 문화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현장에서 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는 세계인들에게 실감나는 한류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한 공모사업이다. 전주기접놀이의 첫 세계무대인 것이다.   

그런 세계적인 무대에서 정식 기잽이가 된 손주임에게 "불편한 몸으로 함께 기잽이가 될 수는 없었지만 혼자 열심히 연습해 곧 나란히 무대에 설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할 정도로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어머니의 반대로 엄하게 서원했던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다

손주임은 초등학교 오학년 때까지 2단을 따고 그만둔 태권도를 화장과 멋 부리기가 한창일 20대 초반에 다시 시작해 3단, 4단을 따고 전문 사범으로 취업할 정도로 활동적인 성격이다. 태권도 사범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본 주변에서 태권도장 창업을 권유하는 사람이 늘면서 운동을 평생 직업으로 삼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 무렵 언니의 인연으로 알게 된 원불교 교무의 권유와 추천으로 2001년 전주양로원 근무를 시작해 복지대학원에 다니며 사회복지에 종사한다.  
▲ 2019년 스승의 날을 기념해 보령 죽도의 상하원을 찾은 손주임과 김연규 교무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원심원의 전 현직 직원들이 김교무를 모시고 행사를 가지는데 사진은 2019년 스승의 날을 기념해 보령 죽도의 상하원을 찾았을때의 모습
ⓒ 서치식
 
전주요양원시절 인생 멘토 김연규교무를 만나게 되고 이타적인 손주임을 눈 여겨 본 김교무가 전무출신(專務出身 : 원불교에서, 교단을 위하여 헌신하는 출가 교역자를 이르는 말) 서원을 추천 한다.

병원 입원을 불사한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쳐 신학생으로 근무하던 원심원에서 간사(원불교의 교역자를 지망해 총부 부서나 지방 교당과 기관에 일정기간 근무하는 예비교역자)생활을 하며 준비하던 서원을 포기하고 만다. 김교무는 이에 대해 "이타적인 손주임은 한 가정의 삶이 아니라 널리 많은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성직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권유를 했었다고 밝혔다.

한편, 역시 독실한 원불교 신자인 어머니 김순(68, 부안읍 동중리)씨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교무님들을 성직자로 존경하지만 효성스러운 딸 경애만큼은 평범한 여자로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엄마의 마음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도 경애와 김연규 교무님에게 미안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복지관련 대학원과 신학 공부를 해가며 16년여 헌신적으로 종사했던 사회복지 일을 2016년 그만두면서 그녀는 다시금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는다. 손주임은 필자에게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다시 시작해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사회복지"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을 떠나보니 어디든 사회복지의 현장이고 일상에서 사소한 나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복지의 실천이다. 어디에서 누구에게든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사회복지사 손경애"가 되자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도 영락없는 사회복지사이다.

16여년 종사하던 사회복지 일을 무작정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필요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지게차, 대형운전면허 등을 취득해 여유시간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관광버스 운전을 시작한다. 활동적인 성격의 손주임이 수용돼 있는 원생들을 하루 11시간씩 돌보다보니 그간 농악 등 좋아하는 과외활동을 전혀 못했기에 생활에 여유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 지난 10월 전주의 덕진예술회관에서 있었던 타울림의 언택트 공연에서 사물놀이에 참여한 손주임  활동적인 손주임은 여기저기 참여하는 단체가 많아 늘 바쁘기로 유명하다. 지난 10월 전주의 덕진예술회관에서 있었던 타울림의 언택트 공연에서 사물놀이에 참여한 손주임
ⓒ 서치식
그렇게 소리맴, 두드림 등 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중 기접놀이에 합류하며 필자를 만난 것이다. 16년여 사람을 섬기는 일에 헌신적으로 종사했고 한때 성직자를 준비하던 손주임이었기에 처음 본 필자에게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손주임의 멘토인 김연규 교무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원불교에서는 사람을 부처님 대하듯 공경하고 중히 여기며 무정물인 물건도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이기에 경애를 보고 충분히 그렇게 생각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도 운행에 나서는 손주임

지난 1일 그녀가 운행을 맡은 평화10구역의 출발지 완산체련공원으로 가서 전기버스를 충전하며 운행을 준비하는 손주임을 만났다. 전기차 12대, 경유차 4대로 통합18개노선을 운행하는데 그날 손주임은 전기차를 운행한다는 것이다.

준비하는 중에도 운동하러 나온 주민들이 수시로 문의를 했는데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손주임'은 친절하게 안내를 하곤 했다. "자, 이제 출발하니 안전하게 좌석에 앉아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부드럽고 조용하게 버스는 출발했고, 처음 찾은 마을은 2009년 기접놀이의 백중행사가 열렸던 학전마을이다.  
 
▲ 막 운행을 시작한 전주시 마을버스 바로온에 대해 질문하는 시내버스 기사  전주시설관리공단에서 운행을 시작한 마을버스 바로온에 대한 관심은 시내버스기사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잠깐 대기하는 사이에도 시내버스기사들이 다가와 질문을 하고있다.
ⓒ 서치식
▲ 추동마을에서 본 모악산  전주시 마을버스 바로온의 평화동 방면은 어디서나 모악산이 보이는데 사진은ㅇ 모악산 자락 깊은곳에 위치한 추동마을에서 바라본 모악산이다.
ⓒ 서치식
승객이 없어 다음 마을인 원당리에 들어가니 종착지여서 출발 대기 중인 시내버스 기사가  차에서 일부러 내려 사이드미러 등을 점검하는 손주임에게 말을 걸어오는 모습을 보였다. 모악산 자락 깊은 곳에 있는 추동마을에서 기다리던 첫 손님을 맞을 수 있었다. 세 번째 마을에서야 첫 손님이 타니 교통오지 교통은 공영버스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악산 속 마을이라 외부에서 마을의 존재를 잘 몰라 예로부터 피난지로 유명했다는 추둥마을에서 10여 년 통장을 했다는 김영아(66, 전주시 원당동 추동마을)씨는 노지에서 재배한 배추를 로컬푸드 매장에 내기 위해 마을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캐리어가 크지 않아 기껏 해봐야 서너 포기 남짓이나 들어 있을 것 같다는 말에 로컬푸드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하루에 팔 수 있는 양만 내는데 요즘은 코로나19로 양이 줄어 마을버스를 많이 이용한다며 묻지도 않았는데 줄곧 마을버스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 추동마을에서 이날의 첫 손님이 차에타고있다.  이날의 첫 손님 김영아(66, 전주시 원당동 추동마을)씨는 추동마을에서 10여년 통장을 봤다는데 마을버스의 편리함과 고쳐야 할 점까지 말하고 내렸다가 로컬푸드매장에 배추를 내고는 다음 회차 운행때 차에 타는 기민함으로 필자를 놀라게 했다.
ⓒ 서치식
 

마을버스는 시간을 어김이 없고 친절하며 깨끗한데다 조용하기까지 해 승차감이 훌륭하다며 연신 칭찬을 이어갔다. 마을버스가 생기며 시내버스 기사들이 안 하던 인사까지 하며 눈에 띄게 친절해졌는데 그것도 마을버스가 가져다 준 이점이라는 말까지 살뜰하게 챙겼다. 거기에 이 차는 여자가 운행하니 더 믿음이 간다기에 "저 주임은 태권도가 4단으로 아직 아가씨니 중매 좀 해라"는 필자 말에 일순 차안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차가 시내로 진입하자 10여 년의 통장 경력이 무색치 않게 "이제부터는 마을버스가 개선해야할 점을 말할 테니 잘 듣고 기사에 빼놓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마을버스로 시내에 나오는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거나 은행 등에 일을 보러 오는데 근린시설이 없는 지역 몇 군데만 정차해 불편한 점이 많다며 근린시설 위주로 정류장을 더 늘려주어야 제대로 된 마을버스다." 그는 이 말을 남기고는 총총히 내렸다.

회차 후 해양경찰 시험을 준비한다는 이소연(28, 전주시 원당동 학전마을)씨가 마을버스에 올랐다. 시험 준비를 결심하고 새해 첫날 새로운 마음으로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집안 행사를 위해 마을버스를 타게 됐다고 한다.

용기를 내 그녀에게 "대개의 경우 똑같은 시간에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하는데 내 경험으로는 방법의 선택과 집중으로 당락이 결정된다고 생각 한다"고 말해주었다. 이 차를 운행 하는 손주임에게 기쁜 소식 전하길 바라며 기도로 응원하겠다고 말하는데 차는 다시 학전마을에 도착하고 있었다.

"승객들이 편안한 마을버스가 되고, 불편을 잘 살펴서 개선하자고 늘 다짐을 합니다"라고 말하는 손주임은 "큰 욕심 없이 살아가며 막연한 생각만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새 현실이 되어있더라"며 그녀답지 않은 발칙(?)한 꿈에 대해 말했다.

"전주시 마을버스 바로온이 입소문으로 전주에 와서 꼭 먹어야 하는 비빔밥, 막걸리, **제과 초코파이처럼 전주에 오면 꼭 타봐야 하는 명품버스가 되길 소망 합니다. 지금까지 늘 그랬듯 사소한 것들을 매일 실천하다보면 이 꿈도 현실이 될 테고 그때 전 이미 다른 꿈을 꾸고 있을 겁니다. 저는 70세가 되어도 소녀처럼 꿈꾸며 살고 싶거든요."

수줍게 말하며 필자를 완산체련공원에 내려놓고 야간 운행을 나갔다.

"우리 경애가 본래의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수행을 하고 승객을 부처님 대하듯 공경하고 중히 대하며 운전하면 손님들 모두 참다운 사람으로 대우 받으니 기쁘고 편안할 것입니다." (영원한 멘토 김연규 교무가 손주임에게 전한 말)
 
▲ 야간 운행을 위해 출발하는 손경애 주임  오후 운행을 마치고 식사와 휴식을 취한 후 야간운행을 나가는 손경애 주임과 바로온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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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 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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