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온 지 11개월 된 강아지 밍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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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기자]
▲ 밍키가 우리 집에 온 첫날 ... |
ⓒ 정현순 |
"밍키가 몇 시쯤 오지?"
"병원에서 오후 4~5시 사이에 연락 준다고 했어."
남편이 기다리기가 지루했나 보다. 나 역시도 적막감마저 도는 집안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괜스레 TV채널만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한다. 그날따라 무척이나 더디게 가는 것 같다.
며칠 전 밍키가 우리 집에 온 지 11개월째, 다른 이빨은 다 빠졌는데 마지막 송곳니 하나가 남아서 빼기 위해 오전에 병원에 가고 없는 날이었다. 강아지 이빨은 마취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1개월(2020년 2월) 전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강아지 키우고 싶지 않아?"
"키우고 싶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봐야 하잖아."
"엄마 테리(딸아이가 키우는 강아지)돌보는 거 보면 잘하던데. 엄마 아빠 두 분만 있으니깐 집안이 너무 조용하고 쓸쓸해 보여서."
딸아이의 말대로 남편과 둘이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어떤 때는 세어 볼 정도로 말을 안 하는 날도 있다. 그러다 조금만 기분이 상하면 며칠 동안 침묵만 흐르는 것도 사실이다.
강아지를 키우기 망설였지만...
내가 강아지를 키우기 망설이는 이유 중 첫째는 아주 오래전엔 강아지는 마당에 묶어놓고 키웠는데 요즘은 대부분이 실내에서 하루 24시간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것.
둘째 강아지가 집에 있으면 왠지 외출을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 같고, 셋째는 오랫동안 돌봐주어야 하고 경제적 지출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서다. 강아지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사람처럼 고혈압, 당뇨. 치매 등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딸아이가 강아지를 키운 지 9년째다. 옆에서 딸아이가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세 번째 강아지가 건강하게 잘 지내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을 경우엔 내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딸아이가 내가 사는 아파트에 와있다고 빨리 내려오라고 한다. 대충 겉옷만 걸치고 내려갔더니 자동차 안에서 "엄마 빨리 타. 잠깐 가볼 곳이 있어"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차에 올라타고 도착한 곳은 애견숍이었다. 딸아이가 벌써 다 알아보고 나에게 맞는 강아지를 찜해 놓았던 것이다. 강아지 이야기는 오고 갔지만 그렇게 빨리 진행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잠시 망설여졌다.
강아지 얘기가 나왔을 때 내 나름대로 유기견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았으나 마땅치 않았다. 작은 체구에 나이도 있으니 작은 강아지를 알아보았으나 적당한 강아지가 없었던 것이다. 딸아이가 단골 동물병원 원장에게 부탁도 했지만 나타나지 않아 추천을 받아 정한 것이라 했다. 작은 유리상자 안에 있는 작은 강아지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예쁘기도 했다.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잠을 자거나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 작은 상자 안이 유난히도 싫었는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발버둥 치는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애는 말티푸(말티즈와 푸들의 믹스견). 꺼내어 달래서 안아 보니 귀엽기도 했지만 너무나 작았다. 안아보기도 조심스러울 정도로 몸무게가 1kg도 안되는 990g.
▲ 두 달 될을 때 밍키 베란다에서 .. |
ⓒ 정현순 |
남편도 밍키를 점점 좋아하기 시작하다
남편이 처음에는"너무 작아" 하면서 잘 안아 보지도 않고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사료도 물에 불려서 먹이다 그냥 생으로 먹일 정도가 되었고 밖에 산책도 해야 할 만큼 잘 자랐다. 그러던 6월 어느 날 내가 허리가 아프면서 남편이 산책을 시키기 시작했다.
강아지와 산책을 시키면서 남편의 표정이 밝아졌고 웃음과 말수가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밍키 이야기를 할 때에는 신기하다는 듯이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 되풀이하면서. 밍키에게 관심과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것 같았다. 강아지의 배설물과 산책 후 씻기는 것도 귀찮아하지 않고 나보다 더 잘 돌보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와 남편과의 대화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밍키와 산책을 나가서 생긴 이야기. 밍키가 착하면서도 겁도 많고 개구장이란 이야기. 이젠 변도 잘 가린다는 등. 여러 가지 소재가 생겼다.
무척이나 덥던 여름 어느 날 땀을 뻘뻘 흘리며 외출했다 돌아오는 남편의 양손에는 밍키의 간식과 장난감이 가득 들려있었다. 난 보도 듣도 못한 간식이었는데 비싸다고만 한다. 놀라운 변화였다. 밍키도 꼬리를 흔들면서 좋아라 한다. 또 작은 언쟁이 있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밍키 얘기로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부부의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남편이 "밍키가 있어서 내가 운동도 하게 되고 코로나19 때문에 지루한지 몰랐다. 이쁜 우리 밍키~"하면서 밍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밍키는 얼른 남편의 무릎으로 간다. 강아지들도 말은 못 하지만 저를 이뻐하는 미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식들은 모두 제 갈 길로 갔고 쓸쓸히 둘만 남은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식구가 늘어 하루가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있다.
밍키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간다. 반려견 등록과 중성화수술은 물론, 한때는 귀염증 치료도 받기도 했고 광견병 예방접종, 심장사상충예방접종, 더운 여름에는 미용, 피검사, 이빨빼기 등 사람과 똑같다. 처음 걱정과는 달리 내가 옷 한 가지 안 사 입으면 되고 덜 쓰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내일도 궁둥이 실룩 실룩거리고 코를 끙끙하면서 이방 저방을 왔다갔다 하는 밍키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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