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종교, 그 미래에 대하여
[강성준 기자]
1. 종교는 소멸할 것인가
▲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단이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총리를 예방했다. 회장단은 수도권 외 지역의 종교시설에 내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무리하다며 2단계로 하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
ⓒ 한국교회총연합 |
코로나19 이후 종교계는 집단 의례(ritual, 이하 '예배')가 중단되었다. 종교계는 전반적으로 이를 수용하였지만 최근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예배 중단 조치에 반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단은 정세균 총리를 예방하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을 요청하기도 했다. 예배라는 행위 자체가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교세 유지 및 확산에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예배 재개 시도는 종교 그 자체의 존립에 대한 투쟁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종교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실시한 '한국의 종교현황' 연구에서 2005년 내국인 중 종교인 인구 비율은 53%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2015년 44%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 2018).
위와 같은 종교의 쇠퇴는 향후 종교 자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대중적 예측을 낳기도 했다. 혹은 신의 영역을 과학이 차지하게 된다는 논의(유발 하라리, 2017)의 논의가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종교는 쇠퇴, 더 나아가 소멸하게 될 것인가.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금 개신교계의 예배 재개라면 예배가 재개된 이후 종교는 과거와 같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2. 교회가 곧 종교다?
이에 대해 참조할만한 가장 적절한 논의를 제시한 이는 사회학자 토마스 루크만이다. 루크만은 1967년에 저술한 <보이지 않는 종교>를 통해 당시 종교가 빠르게 쇠락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분석한다. 루크만은 당시 종교의 쇠퇴, 더 나아가 소멸에 대한 논의에 반대하며 종교의 모습이 시대적 전환에 맞게 변화하였을뿐임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현대 산업사회에서의 종교는 과거 전통적 사회에서와 달리 활동 영역이 특정 영역으로 국한되었음을 제시했다. 즉, 종교는 과거와 양태가 달라졌을 뿐이며, 종교 자체는 소멸하지는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었다. 저자는 종교의 쇠퇴와 소멸에 대한 논의는 종교와 교회를 동일시 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나타난 오류임을 지적한다. 특히나 당시 종교사회학계에서의 종교 소멸 논의는, 종교사회학계가 기존의 조직화 되고 제도화 된 전통적 교회만을 종교로 간주하여 종교의 변화한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자의 비판하였다.
저자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종교의 모습도 변화했음을 지적한다.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종교 영역을 제외한 다른 영역에서 전문화된 제도적 규범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모든 제도 영역들의 규범 위에 군림하던 종교적 규범의 약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가 종교의 세속화(secularization)였다.
3. 현대 산업사회의 등장, 그리고 '사적종교'의 등장
구체적으로 현대사회에 이르러 종교 아래에 있던 각 영역들은 빠르게 성장하였다. 정치는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논리구조를 만들어 운영되었고, 경제는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운영이 되었다. 과거였다면 종교의 권위가 해당 영역을 지배했을 테지만 이제 각자의 영역으로 분화 되어 종교가 영향을 끼치기 어렵게 된 것이었다.
위와 같은 구조 속에서 가치의 상위 영역을 점유하던 종교는 그 지위가 축소 되었다. 이제 종교는 경제, 정치, 사회, 문화와 같은 하위 영역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종교 역시 변화한 사회에 적응하여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자체적 논리와 합리성을 구성해 나가게 되었다. 이러한 적응이 종교는 다른 세속 영역들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으로 활동 영역을 상정하게 된 것이었다. 그 영역이 '궁극적으로 중요한 개인적 체계' 즉, 사적인 영역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4. 코로나19 이후의 종교
▲ <보이지 않는 종교>, 토마스 루크만 저, 이원규 역, 1982[1967] |
ⓒ 기독교문사 |
물론 현대사회 속 종교의 모습은, 저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학술적 논의에서 약화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저자인 토마스 루크만은 그 모습이 달라졌다는 지점에 주목했다. 전술한 과학에 의한 종교 대체 역시 그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라는 이후의 변화된 사회 속에서 종교는 또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인가.
저자는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까. 저자는 당시 변화된 종교의 모습에 대해 가치 평가를 하지 않았다. 사적 영역으로 국한된 현대의 종교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논의를 수용한다면 코로나19 이후 변한 사회 속에서 종교는 또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되 이것 역시 과거의 그것과 다른 모습일 거라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인간의 본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종교라는 사회영역은 존재할 것으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현재 쇠퇴하고 있는 종교계가 과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예배는 양적 규모 확장에만 몰입하던 기존 종교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힐링, 소확행, 욜로와 같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욕구에 종교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사회에 위로를 전하여 존경을 받던 과거 종교의 위상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지점이 토마스 루크만의 <보이지 않는 종교>를 다시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문화체육관광부, 2018, <한국의 종교현황>, 문화체육관광부
유발 하라리, 2017, <호모 데우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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