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논쟁..대선 노린 정세균·이낙연·이재명 동상3몽
“민생 실태와 코로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추가 대책을 거론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이 대표는 “내일(11일)부터 9조3000억원의 재난피해지원금이 가장 어려운 국민 580만명에게 지급된다”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적었다. 정치권에선 “전 국민 대상 4차 재난지원금 검토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3차 재난지원금은 충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후 이 문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논의를 주도해왔다. 이 지사의 전 국민 지급 주장에 정 총리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제동을 거는 모양새였다. 여기에 재차 이 대표가 지원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세 사람이 서 있는 입장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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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해결이 최우선’ 정세균
“3분기에 받기로 한 화이자 백신 물량 일부를 2월부터 앞당겨 들여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 총리는 백신 조기 도입에 대해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공언했다. 정 총리가 역점을 두고 있는 코로나 치료제와 신속진단키트의 조기 도입이 맞물리면 검사와 치료 그리고 예방이 동시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코로나 방역 총리’ 이미지를 다듬어온 정 총리로선 방역 성과가 안보이면 대선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는 백신 조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정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다선 의원은 “정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백신과 방역”이라며 “재난지원금도 중요하지만 확진자 감소 이후인 2월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보다는 백신과 방역에 그의 머릿속엔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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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지원금 다 잡자’ 이낙연
민주당 실무 단위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공식 논의가 된 적도 없고 계획도 아직 없다”(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전 국민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지난 7일 김종민 최고위원)라거나 “2월 설 직후에 지급될 수 있도록,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지급돼야한다”(지난 8일 양향자 최고위원)며 전국민 지급의 바람을 잡았다.
이 대표는 지난 4일엔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10일 페이스북 글에선 전국민 지급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 대신 “유연하게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성과에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 대표로선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단 백신 조기 도입 등으로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 뒤, 재난지원금으로 유권자의 불만을 덜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한다. 그래야 재정상황과 국민 생활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합리주의자’ 이미지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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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지급론 선점’ 이재명
이 지사는 지난 4일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이슈를 선점한 그의 입장에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또 대선 어젠다로 내걸고 있는 ‘기본 시리즈’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그는 정 총리, 이 대표에 비해 방역과 재정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다선 의원은 “3차 재난지원금 논의에도 이 지사가 보편지급을 끝까지 주장하며 이슈를 선점했다”며 “나라가 국민 대신 빚을 져야 한다는 명분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세 사람의 이견과 충돌을 단순한 재난지원금 논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 지사와 이 대표간 양강 구도로 전개됐던 당내 차기 경쟁 구도에 정 총리 등 제3의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당내 경쟁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출신(호남)과 경력(총리)등이 겹치는 이 대표와 정 총리는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별도 회동을 통해 각자의 해법을 제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대표는 사면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했고, 정 총리와 이 지사간 전국민 재난 지원금 논쟁이 거세게 붙었다.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재난지원금 국면에서 이 지사가 지지율 상승효과를 가장 많이 누렸고, 정 총리는 선별지급 논쟁을 벌이며 합리·중도 주자로 양강구도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며 “이 대표는 사면론 주장 이후 다소 신중한 기류지만 향후 문 대통령의 반응 등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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