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계 연방검사장 돌연 사의 "트럼프, 표 찾아오라 압박"
법무부 고위 관리 "트럼프가 해고원해"
미국의 첫 한국계 연방검사장이 돌연 사임한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종용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 선거’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WSJ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한 이날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법무부 고위 관리는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조지아주 북부지구 연방검사장인 박병진(47·미국이름 BJay Pak)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통화에서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 선거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화가 났고, 박 검사장을 해고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후 박 전 검사장은 지난 4일 동료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떠난다”며 갑자기 사임했다. 당초 박 전 검사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1월 20일까지 재직할 계획이었다. 당시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물러나면서 조지아주의 정치적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부정선거 수사를 종용했다. 지난 3일 공개된 이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래펜스퍼거 장관에게 “조지아주에서 1만1780표를 찾아오라”며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도록 압박을 가했다.
그런데 이 녹취록엔 트럼프 대통령이 박 전 검사장의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으면서도 “당신은 그곳에 네버 트럼퍼(Never Trumper) 검사를 두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네버 트럼퍼’는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을 지칭한다. 이 녹취록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박 전 검사장이 사임한 것이다.
WSJ에 따르면 3일 트럼프 대통령은 바비 크리스틴 조지아주 남부지역 연방검사장에 전화해 “박 검사장이 사임하면 (당신을) 그 자리에 밀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공직이 공석이 되면 그 바로 밑 직위에 재직하는 사람이 공직을 대행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례를 무시했고, 대통령은 법무부 관리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오랜 전통까지 우회한 셈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전 검사장은 9살 때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민을 갔다. 이후 일리노이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검사와 변호사로 활약한 뒤 공화당 소속으로 조지아주 하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조니 아이잭슨 전 조지아 연방 상원의원의 추천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17년 10월 조지아주 북부지구 연방검사장에 올랐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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