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15년 위안부합의가 공식합의"..자충수인가

김영선 입력 2021. 1.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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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일본 정부 책임 인정 및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정부가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내용이 담긴 입장을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지난 8일 외교부는 논평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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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사실상 파기
"파기 아니다" "재협상 요구 안 한다"
日은 국제 소송전 불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8일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우리 법원의 일본 정부 책임 인정 및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정부가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내용이 담긴 입장을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도로 보이지만 되레 자충수만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지난 8일 외교부는 논평에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일파’ 강창일 주일대사 임명 등 일련의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2015년 합의가 공식 합의’라고 명확히 한 정부의 논평은 오히려 뒷말을 낳았다. 합의의 산물로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키고 이 재단에 일본이 송금한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는 등 사실상 합의를 파기하면서도 ‘공식 합의’라고 지칭한 것이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1월 11일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묘소를 참배하면서 위안부 합의를 “무효”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엔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를 통해 협상 과정 전반을 재검토했고, 그해 12월 “절차·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면서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합의 파기는 아니다”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10일 “위안부 합의가 크게 미흡하나 정부는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는다가 핵심”이라며 “(논평) 문구 그대로 봐 달라”고 말했다.

강경대응을 예고한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ICJ) 제소는 (일본의) 유력한 선택지”라며 한국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입장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대신과의 전화통화에서 과도한 반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지만 일본은 ‘국제법 위반’을 연일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법원 판결이 나온 당일 “국제법상 주권국가는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는다”며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의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관료는 “주권면제 원칙이 국제사회의 다수설”이라며 “ICJ에 갈 경우 우리가 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미·일 3각동맹 강화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뒤에서 역할을 해 2015년 위안부 문제를 어렵게 해결한 격인데 이번 판결로 원점 회귀하는 양상이어서 (미국이) 한국을 탐탁지 않게 여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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