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사고 감시해봐라"..기업·노동계 다 중대재해법 격앙

강기헌 2021. 1.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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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7일 오후 국회 회의실 앞에서 정의당 의원들이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기업도 노동자도 만족하지 못했다.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얘기다. 먼저 기업들은 새해 벽두부터 날아든 국회 발 '규제 폭탄'에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건물 진단업 A사 대표는 10일 “국회의원들이 직원 200명을 쫓아다니며 안전사고가 안 나게 잘 감시해 보길 바란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기업 사업장은 음주검사까지 하는 곳도 있지만 사고를 100% 막지 못 한다”며 “그런 대기업에서 일감을 받아 먹고사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더 답답하다. 안전장비도 모두 갖춰주고 교육도 하지만 직원 실수로 나는 사고까지 사업주가 책임지라는 게 과연 공정한 거냐"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에선 중대재해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컸다. “중소기업에 채용 늘리라고 할 때는 언제고 50명이 넘게 채용했다고 산재 사고가 나면 이제는 대표를 구속하려 한다(식품제조업 B사 대표)”부터 “산재 사망자가 자꾸 발생하는 건 안타깝지만 중대재해법은 현장은 전혀 모르는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만든 법(가구용 부품 제조 C사 대표)”이란 비판도 나왔다.

노동계 역시 중대재해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죽음마저 차별하는 법”이라며 격렬히 비판했다. 특히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많다. 산재 사고 80% 이상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선 제외됐다. 민주노총은 “실제 대다수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작은 사업장의 현실을 무시한 법”이라며 “법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업장을 쪼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른 유예와 배제가 아닌 전면적인 적용과 시행을 결의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은 중대재해법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법”이라며 “국회는 죽음마저 차별하는 중대재해법을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법 개정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일정을 정해놓고 입법을 추진했기 때문에 누더기 법안은 당연한 결과라고 봤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공청회 한 번 열고 급하게 처리하다 보니 기업, 노동계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누더기 법안이 됐다”며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보완하고 새로운 법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기헌·최선욱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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