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초강세 통제 나선 중국..美 바이든 경기부양 이겨낼까
중국 위안화 가치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수출에 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중국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일 자국 기업의 해외 융자 규모 상한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기존의 1.25에서 1로 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지수를 1.25에서 1로 내렸다. 해외 융자 조절지수가 내려가면 중국 기업은 해외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지수 1이 적용되면 해외 융자를 통해 운영 자본의 최대 0.8배까지 조달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이 대출 등으로 해외에서 거래를 많이 하면,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가 위안화 강세 흐름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여겨지는 이유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땐 해외 융자 조절 지수를 1에서 1.25로 올렸다. 중국은 또 다음 달 4일부터 다국적 기업이나 대외투자자들이 해외에서 위안화를 손쉽게 결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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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위안화…2년만에 6.5위안 아래로
중국 금융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심상치 않은 위안화 흐름 때문이다. 위안화는 지난 5일 달러당 6.48 위안을 기록한 뒤 지난 8일에도 6.46 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달러당 7.13위안일 때와 비교하면 위안화 가치는 9% 이상 올랐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6.5 위안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018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부과로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한 때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랐다. 이 시기 미국·유럽·일본 등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혼란에서 빠져나오며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4.9%다.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중국의 금리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선진국의 10년 만기 채권은 연 1%를 약간 넘는 데 비해 중국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3%가 넘는다. 투자처로서 매력이 커진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해 9월 30일까지 12개월간 중국 채권 1350억 달러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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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에 빨간불...속도조절 나선 중국
이런 상황에 중국 정부는 왜 환율 속도 조절에 나섰을까. 위안화 강세가 중국 경제에 반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커지면, 내수는 좋아질 수 있다. 원자재 수입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부터 ‘쌍순환론’(雙循環論)을 내세우고 있다. 내수에 방점을 두고 수출을 이끌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수출’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제품을 수출해 달러 등 외화로 받는 돈의 실제 가치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내수를 강조하지만, 국내 경기는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수출마저 위안화 초강세로 힘들게 된다면, 중국 경제는 성장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위안화 가치가 추가로 더 오른다면 중국 경제 여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해외 융자 조절지수 조정 등은) 빠른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딩 수앙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은 더 이상 위안화 가치의 상승을 원하지 않는다"며 "1분기 위안화 환율은 6.45 이상으로 유지할 것" 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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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경기부양에 약달러 지속가능성
문제는 위안화 강세 기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말 출범 후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설 거로 보인다. 미국이 대규모로 재정지출을 하면 시중엔 달러가 또 많이 풀린다.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 구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블루웨이브(민주당의 행정부·입법부 장악) 달성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강화됐다”며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가속화되고 위안화 강세도 지속할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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