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국 부활..집권 10년 김정은, 김일성 시대로 회귀했다

정용수 2021. 1. 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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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5년만에 당 비서제 부활하고, 엄격한 당원 관리 나서

북한이 9일 진행된 8차 노동당 대회 5일 차 회의에서 당 규약을 개정하고, 비서국을 부활시켰다.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비서국을 폐지하고 정무국을 도입한 지 5년 만의 정비다. 비서국은 당 중앙위 산하에 대남, 경제, 농업 등 분야별 실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조직이다. 당 정치국이 정책 전반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라면, 비서국은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고 실행하는 곳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해 8차 당대회에 참석한 대표자들이 대표증을 들어 당규약 개정에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 [뉴스1]


북한 매체들은 10일 “(당 규약을 개정하면서)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고쳤다”고 밝혔다. 비서국은 현재의 정무국의 역할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위원장 제도를 운용하다 1966년 2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일성 주석을 총비서(이전엔 위원장)로 하는 비서국을 도입한 뒤 2016년 5월까지 운영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비서국을 부활한 건 할아버지와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의 형태로 회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명칭을 수정한 배경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추론해 보면 김 위원장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노동신문은 “당 기관 뿐 아니라 정권기관, 근로 단체, 사회단체를 비롯한 정치조직들의 책임자 직제가 모두 위원장으로 돼 있는 것과 관련하여 최고형태의 정치조직으로서의 당의 권위를 철저히 보장할 수 있게 각급 당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책임비서, 비서, 부비서로 하고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정무처를 비서처로 고쳤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정무국을 도입하면서 각급 조직을 위원회로, 도당 위원장 등 조직의 장을 위원장으로 불렀다. 그렇다 보니 외형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고위 탈북자의 설명이다.

북한은 또 후보당원의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3년간 활동하지 않으면 제명하는 등 당원 요건 역시 2016년 이전으로 되돌렸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은 당 중심의 국가운영을 표방하고 있다”며 “7차 당 대회에서 후보 당원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당을 활성화하려 했지만 이번에 다시 회귀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당원 자격을 완화하면서 입당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발생하고, 충성도가 떨어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당원은 특권층으로 여겨지는데, 지난해 초 김일성 고급당학교 등에서 입당이나 승진을 위해 각종 비리가 발생하자 보다 엄정한 관리를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당규약에 “당원뿐 아니라 당조직에도 당규율을 적용해 무책임한 업무 수행에 대해 경고, 엄중 경고, 사업정지 책벌을 도입”(10일 노동신문)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집권 10년 동안 정권 안정화에 주력하며 당의 조직을 바꾸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해 왔다”며 “결국 당의 조직을 할아버지 아버지 시대로 회귀시키고,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교훈’으로 대내외 정책 역시 변화나 새로운 시도보다는 김일성ㆍ김정일식을 준용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약에 담겨 있지는 않았지만, 최고지도자가 주관해 오던 정치국 회의를 정치국 상무위원이 사회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나 당 중앙검사위원회가 당 중앙검열위원회를 흡수한 것은 집권 10년 차를 맞은 김 위원장의 새로운 실험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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