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튜버 이용해 '김치 공정'?..'#중국음식' 해시태그 붙이고 억지 주장 계속
[아시아경제 최은영 기자] 중국 전통문화 등을 소개하는 컨텐츠로 구독자 1400만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버가 배추를 수확해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는 '중국요리법', '중국전통문화' 등의 해시태그가 추가돼 자칫 김치가 중국의 음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9일 중국의 유명 유튜버 리즈치는 '라이프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 : 무의 삶(The last episode of the “Life Series”: The life of white radish)'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는 리즈치가 직접 배추를 수확한 뒤 소금에 절이고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 담겼다. 리즈치는 장독 안에 보관하고 있던 김치를 꺼내 김치찌개로 보이는 국물 요리를 완성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1400만명 구독자를 거느린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해당 영상은 업로드 하루 만에 조회수 179만을 돌파했고 '좋아요'는 13만을 상회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우리나라의 김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영상을 접한 한국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중국 음식 등 전통 문화를 소개해온 리즈치의 영상이 자칫 김치가 중국의 고유한 음식인 것처럼 잘못된 인식을 퍼뜨릴 염려가 있다는 이유이다.
특히 리즈치는 영상에 'Chinese Cuisine'(중국요리법), 'Chinese Food'(중국 음식), '中華傳統文化'(중국전통문화) 등의 해시태그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각국의 누리꾼들 역시 "중국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영상이 아름답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수의 한국인 누리꾼만이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음식은 김치이며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유명 유튜버가 갑자기 김치영상을 올린 것이 분명한 의도가 있는 행위라고 추측했다. 최근 벌어졌던 '파오차이'(泡菜)논란과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쓰촨성에서 유래한 절임 채소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 표준 인가를 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백과사전인 바이두에서는 중국이 김치 종주국이며 중국의 파오차이라는 채소 절임 요리가 한국으로 전파돼 김치가 됐다는 억지 주장을 펴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파오차이는 만드는 방식과 형태에서 '피클'과 가까운 음식으로 분류된다. 파오차이는 산초와 바이주가 들어간 소금물을 사용해 만들고, 유산균도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ISO에 제출한 문서에서 "파오차이의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중국이 김치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억지 종주국 논란'을 만드는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논란이 됐던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동북공정이란 중국 정부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이라 붙인 국책사업으로, 현재 중국영토에서 벌어졌던 모든 역사가 자국의 역사에 속한다는 이른바 속지주의적 관점에서 고대부터 전승돼온 역사와 문화현상의 기원을 자국으로 돌리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보통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바꾸는 프로젝트로만 알려져있지만 한국고대사, 한중관계, 만주지역사, 중국과 러시아관계, 한반도 문제와 기타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을 통합하고 동북지역의 실효지배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이 작업이 이제 우리 전통 문화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영상을 올린 그녀가 김치를 다룬 것 역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18년 리즈치를 '뛰어난 젊은 네티즌'이자 '중국의 젊은이들의 모델'로 선정했다. 이듬해 9월 시사주간지 인민일보는 그녀에게 '링님 선택상'을 수여했고 공산당 청년동맹을 그녀를 농촌 청년들의 경제력 강화 프로그램 홍보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이처럼 그녀의 영상에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김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은 김치뿐만 아니라 한복, 아리랑, 판소리, 상추쌈까지 자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치공정', '한복공정'을 넘어 이른바 '문화공정'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억지주장은 앞으로 더욱 노골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논의가 시급해보인다.
최은영 인턴기자 cey12148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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