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후벼판 균열에 더욱 더 깊어지는 유로존 격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국가별 경제 격차가 커지면서다. 단일 화폐인 ‘유로’를 쓰지만 나라별 산업구조와 경제력, 의료 인프라 등의 차이 때문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실린 ‘코로나19 이후 유로 지역 내 경제력 격차 현황 및 시사점’의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남ㆍ북유럽의 경제적 격차가 현재 수준보다 더 커지면서 그에 따른 회원국간 불만이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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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충격에...관광 위주 남유럽 ‘직격탄’
유로존의 균열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의 근간에는 심화하는 국가간 경제력 차이가 있다. 유럽 북부 국가보다 경제력이 약한 유럽 남부 국가의 경우 의료 인력과 장비가 열악한 탓에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동 봉쇄와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이는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했던 지난해 4월과 11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이동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반면 같은 시기 독일은 별다른 봉쇄조치 없이 효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했다.
독일이 코로나19 방역과 경제활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의료 인프라 수준 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독일의 중증환자 치료 병상 수는 인구 10만명당 33.9개로, 이탈리아(8.9개)와 스페인(9.7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 덕에 일부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동봉쇄조치 등을 늦춰 경제활동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의료 인프라 뿐만 아니라 남유럽 국가가 코로나19의 충격에 더 크게 노출되는 것은 산업구조의 차이에 기인한다. 제조업 중심의 북유럽과 달리 남부 유럽은 대면접촉이 많은 음식·숙박·여행 등 서비스 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여행 관련 업종 의존도는 그리스(20.8%), 스페인(14.3%), 이탈리아(13.0%) 등의 남부 유럽 국가가 독일(9.1%) 등 북부 유럽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때문에 대면활동이 제한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경제적 타격을 더 크게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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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이 뭐길래...단일화폐의 명(明)과 암(暗)
코로나19로 심화한 EU의 빈부 격차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게 되며 국가의 산업 구조와 경제력에 따라 통화 정책을 펼 수 없는 탓에 유로존 내의 경제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결과가 발생했다. 화폐 통합으로 회원국 사이 투자가 늘고 노동력이 이동이 자유로워질 것이란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은행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남유럽 국가의 경우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가 지속하며 코로나19 충격 흡수를 위한 재정 여력이 불충분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데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탓에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면서 북유럽과 격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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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격차 깊어지지만, 단일통화는 유지”
확대되는 경제 격차가 단일 통화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요인은 아닌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유로체제 설립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경제적 격차를 보이는 국가 간의 갈등이 더욱 누적되는 만큼 EU 차원의 대책 마련은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남유럽의 북유럽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심화하면서 경제적ㆍ정치적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며 “국가 간 이해 상충을 해결하고 완전한 경제통합으로 나아가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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