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입지 불안했던 이강인, 반전 계기 마련할까

이준목 2021. 1.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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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최근 경기서 실력 증명한 이강인, 그가 발렌시아를 떠나야 하는 이유

[이준목 기자]

'한국축구의 기대주' 이강인(발렌시아)은 최근 뒤늦은 시즌 첫 골을 신고하며 그의 활약을 기다려온 축구팬들을 모처럼 환호하게 했다. 지난 8일 열린 2020-21시즌 스페인 코파델레이(국왕컵) 2라운드(64강) 예클라노 데포르티노전에서 이강인은 선발출전하여 선제골을 기록하며 팀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발렌시아는 3라운드(32강)에 진출했고 이강인은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최근 입지가 불안했던 이강인에게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시점이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구단으로부터 충분한 기회를 약속받았던 것과 달리, 막상 시즌이 돌입한 이후로는 꾸준히 중용받지 못하고 있다. 팀의 성적부진과 하비 그라시아 감독의 일관성없는 용병술, 구단 내부의 복잡한 이해갈등 속에 덩달아 이강인의 입지도 표류했다.

이강인의 예클라노전 선발 출전은 지난해 11월 23일 라리가 10라운드 알라베스 전 이후 무려 46일 만이었다. 리그가 아닌 컵대회였고 상대가 3부리그 소속의 약체팀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선발출전하여 골까지 기록했다는 것은 이강인으로서는 모처럼 자신감을 회복할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강인은 예리한 패스와 경기운영 능력을 과시하며 왜 자신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이강인은 앞으로 당분간 출전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발렌시아는 오는 11일 바야돌리드와의 프리메라리가 18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리그에서는 8경기 연속(5무 3패) 무승에 허덕이며 강등권에 근접한 17위에 머무르고 있는 발렌시아로서는 승리가 절실하다. 더구나 이강인의 포지션 경쟁자로 꼽히는 곤살로 게데스와 케빈 가메이로 등이 각각 퇴장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이강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5일 카디스전(1-1)에서 가메이로가 전반 26분 이른 시간에 부상을 당하자 바로 교체로 투입되었던 것도 이강인이었다.

하필 이강인이 최근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출전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타이밍은 다소 묘하다. 이강인은 올 시즌 리그 17경기 중 11경기에 나섰지만 선발로 출전한 경기는 4번밖에 되지 않는다. 출전시간은 총 446분으로 평균으로 환산하면 46.3분에 불과하다. 그나마 출전한 경기에서도 하프타임 정도만 소화했다는 의미다. 작년 11월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미 그 전부터 이강인의 팀내 입지는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발렌시아 구단은 오는 2022년 6월로 계약이 끝나는 이강인과 여전히 재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강인은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다. 스페인 현지 매체들은 이대로라면 이번 겨울이적시장에라도 이강인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강인과 마찬가지로 발렌시아 유스 출신의 최고 유망주였지만 맨체스터 시티로 떠나버린 페란 토레스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교롭게도 이강인의 영입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있는 구단중 하나가 바로 맨시티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팀 내 입지와 재계약의 갈림길 사이에 놓여있던 이강인에게 어쨌든 출전시간 확대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불규칙했던 출전시간속에서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도 이러한 입지 변화가 발렌시아에서 이강인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일시적인 상황 변화만을 놓고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강인의 출전시간이 늘어난 것은 말 그대로 주전 선수들의 공백때문일 뿐, 감독이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의도한 전술변화는 아니다. 주축 선수들이 돌아와도 이강인이 여전히 선발로 출장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강인에게는 여전히 발렌시아를 떠나야 할 이유가 더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입지보다도 발렌시아라는 구단의 비전과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발렌시아는 한때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문구단이었지만 피터 림 구단주 체제가 등장한 이후로는 부실한 구단운영과 재정 압박으로 계속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성적부진과 운영진과의 갈등으로 여러 명의 감독들이 불명예 사임했고, 그라시아 현 감독의 입지도 불안정하다.

발렌시아는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쇄 이탈에 비하여 제대로 된 전력보강이 전무했고, 그 결과가 올시즌 강등권 근처까지 추락하는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강인도 자신의 축구스타일과 발렌시아의 팀전술이 좀처럼 맞지 않았고, 여기에 팀내 파벌 갈등까지 휩쓸리며 왕따설-불화설 등에 휩쓸리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강인이 도저히 축구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발렌시아 1군에 진입한지 3년이 되어가는데도 꾸준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재계약을 하더라도 팀에서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강인에게 최근의 출전시간 증가는 오히려 발렌시아를 하루라도 빨리 떠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하지 못하여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라면 이적시장에서도 그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강인은 최근의 경기력을 통하여 자신이 충분히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러한 이강인을 왜 진작에 기용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늘어날수록, 이강인은 더 많은 클럽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이고, 쫓기는 쪽은 발렌시아 구단이나 그라시아 감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이 발렌시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이제 시기의 문제일뿐, 더 이상 고민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이강인은 모처럼 찾아온 지금의 이 기회를 발렌시아에서의 주전경쟁이라기보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쇼케이스' 차원의 의미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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