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 10억 찍고 수도권으로..다시 '똘똘한 한채' 뜬다

한은화 2021. 1. 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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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지방 도시 아파트값 급등
지방 규제에 수도권으로 쏠리는 수요
GTX 호재에 창릉 인근 아파트값 2억↑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시작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지방의 전용 84㎡ 아파트값 10억시대가 지난해 열렸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지난해 12ㆍ17대책으로 규제지역을 전국구로 확산했지만, 이후 다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 아파트도 최고가 갱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지방을 돌다, 다시 서울 및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수도권 때리자 지방 쑥…부산 해운대롯데캐슬스타 8억원↑

조정대상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 일대 아파트와 고층빌딩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규제가 강화되자 지방 주요 도시 인기 지역의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으로 부산 해운대구 삼익비치는 지난해 1월 8억원에 거래됐던 것이 11월 15억 5000만원에 사상 최고가로 거래됐다. 재건축 단지뿐 아니라 신축 아파트의 가격도 급등했다. 해운대롯데캐슬스타의 경우 지난해 1월 7억 819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12월 최고가 15억원을 기록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빌리브 범어는 10억 9000만원(3월)→15억 3500만원(10월), 울산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1단지는 6억 4600만원(2월)→12억원(10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용지더샵레이크파크는 7억 1500만원(1월)→10억8000만원(11월)에 각각 최고가로 거래됐다.

대장주 아파트 외에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또 다른 거래 축을 이룬 것은 공시가 1억 이하의 아파트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적용 제외 대상이 되면서 거래량이 치솟았다.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파트 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 1위는 1988년에 건설된 부산진구 개금동의 개금주공2단지(총 458건 거래)였다. 1억대 매물을 찾는 수요가 몰려 매매가를 끌어올렸다. 유거상 아실 대표는 “지난해 수도권 규제로 지방 주요 단지 아파트값이 급등했고, 지방 규제로 다시 서울 및 수도권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거래량에서 보여주듯, 정부 규제를 피한 투기성 자금이 들어와 가격이 뛰면서 서민층이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GTX-A 창릉역 발표에 일대 아파트값 들썩

3기 신도시 창릉지구 모습. [연합뉴스]

수도권은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다. 지난달 29일 국토부가 3기 신도시 남양숙왕숙과 고양창릉에 대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발표하자마자 고양시 덕양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GTX-A노선에서 창릉역이 신설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역이 들어설 것으로 거론되는 교차로 인근에 있는 고양구 도내동 원흥동일스위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 5일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9일 9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2억원이 올랐다. 현재 호가는 13억~14억 원 선이다.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2월부터 가격이 조금씩 오르더니 창릉역 발표와 동시에 치솟았다”며 “인근 신축 오피스텔 분양현장까지도 사람들이 몰려 들썩였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발표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4일 기준)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26%로 전주(0.23%)대비 상승폭이 커졌다. 상승률로 보면 최근 6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주시(1.44%), 고양시 덕양구(1.25%), 동두천시(0.81%), 의정부시(0.66%) 등이 GTX나 도로 개통 등 교통개발 호재인 지역이 특히 급등세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 거래량도 되살아나고 있다. 1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309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월(4371건)보다 44.3%(1938건) 늘어났다. 한동안 감소세를 지속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0월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핀셋규제’가 되려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국지적 규제가 오히려 전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만들었다”며 “유동성 장세에 가격이 일정 부분 오르는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시작된 공급 부족 불안 심리가 결국 지방까지 퍼진 상황”이라며 “정부가 민간분양 시장을 열겠다면 공급속도를 위해 재건축 사업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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