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떠도는 모든 생에 대한 연민..손봉채 '이주민'

오현주 2021. 1. 1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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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데서나 볼 순 없다.

이미 생긴 입체감에 공간감을 덧입히는 건 LED 조명.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여기저기 팔려나가는 소나무가 살길 찾아 떠도는 현대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2월 1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소울아트스페이스서 개인전 '내 인생의 나무'(The Tree of My Life)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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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작
현대인 비유한 소나무 무리 입체회화로
폴리카보네이트에 세필작업한 여러 겹
패널 뒤 LED 조명 달아 몽환적 분위기
손봉채 ‘이주민’(Migrants·사진=소울아트스페이스)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무 데서나 볼 순 없다. 이들이 뿌리를 내리는 곳은 따로 있으니까. 정착해야 하는 고통에 몸이 비틀리고 휠지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저들 소나무 말이다. 저들이 첫눈에 반할 색과 질감으로 천천히 눈길을 불러들인다. 그런데 가까이 할수록 다른 게 보인다. 나무 사이의 틈이다. 원근과 명암을 잘 조정한 수려한 나무그림이려니 했던 섣부른 예상이 빗나간다.

작가 손봉채(54)는 ‘패널 페인팅’이라 부르는 입체회화를 ‘제작’한다. ‘그린다’로 몰기엔 방대한 작업이다. 다섯 장의 폴리카보네이트에 세필로 나무를 그리고 겹치지 않게 2㎝ 간격으로 패널을 설치한단다. 이미 생긴 입체감에 공간감을 덧입히는 건 LED 조명. 패널 뒤에 달아 물감만으로 낼 수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뽑아낸다.

‘이주민’(Migrants·2019)이란 타이틀도 단순치 않다. “산업화의 희생자로 개발에 밀려 떠도는 인생에 대한 연민”을 소나무 무리에서 찾아냈다는 거다. “제 땅에 살지 못하고 뿌리째 뽑혀 여기저기 팔려나가는 소나무가 살길 찾아 떠도는 현대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우리가 마음속에 키우던 나무 한 그루는 지금 어디에 가 있는지, 작가는 그걸 묻고 있다.

2월 1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소울아트스페이스서 개인전 ‘내 인생의 나무’(The Tree of My Life)에서 볼 수 있다. 폴리카보네이트에 오일·LED. 84×124㎝. 작가 소장.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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