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초 유통업계 CEO'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떠난다

차민영 입력 2021. 1. 1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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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
유통·재무 경험 갖춘 실력자
무기계약직 1만5천명 정규직 전환
온라인 중심 마트 경영 전환
리츠 상장 실패 등 위기 봉착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뒤로 하고 새로이 맞이하는 2021년 신축년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기쁨의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사임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일 홈플러스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 중 일부다. 떠나는 순간까지 개인적 소회 대신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하는데 집중했다. 임 사장은 보수적인 유통업계에서 여성 최초의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며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다. 재무·유통 경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 급변하는 유통업태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으며 무기계약직 마트 직원 1만5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이끌어내는 등 상생 행보로 주목받았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신상의 이유로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최근 회사에서 이를 수용했다. 구체적인 사임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달 중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홈플러스 측은 "임 사장의 사임 일자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승인일에 맞춰 조정한 것"이라며 "각 사업부문장을 중심으로 완성된 2021년 사업전략을 실행함에 있어 경영 공백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너가(家)를 제외한 인물 중 처음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깬 주인공이기도 하다. 모토로라, 컴팩코리아,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호주 엑스고그룹 등을 거친 그는 2015년 11월 홈플러스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COO) 수석부사장을 거쳐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했다.

재임 기간 임 사장은 다각적 측면에서 변화를 이끌어냈다. 2019년 7월 당시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으며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된 '올라인(All-Line)'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특히 오프라인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바꿨으며 일부 지역에는 오프라인 점포에 풀필먼트 센터를 조성하며 온라인 수요에 대응했다.

다양한 경영 변화를 추진했으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2019년 3월 51개점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를 통해 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자들의 참여 저조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점포 기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벽배송 등 온라인 기반 서비스를 추진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노사 상생 노력을 펼쳤지만 노조와의 불협화음도 지속됐다.

다음은 임일순 사장이 임직원에 보낸 사내 메세지 전문

사랑하는 홈플러스 가족 여러분

우리의 각 사업장에서 활기찬 새해를 시작하고 계시는 모든 임직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힘들었던 지난 한 해를 뒤로하고 새로이 맞이하는 2021년 신축년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기쁨의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오늘, 개인적 사유로 지난 5년 2개월여의 홈플러스에서의 시간을 마감하고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고자 결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수개월 전 저는 회사에 퇴직의 의사를 표했고 차주 중반까지 근무하게 될 것입니다. 회사는 현재 원만한 후임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잘 완결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했던 여러분들과의 시간을 뒤로하는 심경을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남은 수일 떠나기 전까지 많은 분들과 대면하여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추후 다시 한번 모든 분들에게 서면으로라도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건강 꼭 살피시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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