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열풍에 신용대출 급증..부실 우려에 또 막힐라

조강욱 입력 2021. 1. 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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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여전한 가운데 연초 '대출 러쉬'로 인해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빗장을 풀자마자 대출액이 4일 만에 4500억원이 넘는 등 연일 대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다시금 대출 조이기에 나설 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 들어 4~7일 4거래일 동안 453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신용대출이 새해 들어 재개된 첫 날인 4일에는 2798억원이 급증했고 5일에는 647억원, 6일과 7일에는 각각 604억원, 484억원이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통상 1월에는 연말 성과급이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신용대출 수요는 줄고 예·적금 잔액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출 절벽을 경험한 수요자들의 ‘일단 받아두고 보자’는 심리와 주식시장 랠리에 따른 빚투 열풍이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서자 시중은행들은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며 사실상 봉쇄 수순에 들어갔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443억원이 줄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신용대출이 재개되자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신용대출 증가속도가 가팔라졌다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뚫고 오르며 주식시장이 연일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증시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신용대출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용대출 재개 3일 만에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 한도(2조원)를 20% 넘게 소진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부 은행이 그동안 줄였던 신용대출 한도를 완화한 수준이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대출 수요를 줄여서 가계빚 증가를 막겠다는 정부와 은행의 대출 규제로 ‘대출 절벽’에 내몰린 직장인과 소상공인들의 성토가 쏟아진 바 있다.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간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은 한 달 새 7조5000억원 가량 쪼그라들었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에서 주식 시장·부동산 대기 자금 등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 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고 연말 자영업 경기 어려워면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막혔던 신용대출 창구가 열렸지만 올해 서민들의 대출 여건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대한) 대출 총량 규제가 당분간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소득에 따라 전체 대출 규모가 정해지는 규제방안이 올 1분기 나올 예정이어서 고금리의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 부처별 핵심과제'에서 올 1분기 DSR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DSR 관리주체를 현재 금융기관별에서 차주 단위로 전환하고,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 때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에 DSR로 단계적으로 대체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 소득 대비 전체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 비율로 DTI보다 강력한 대출 규제다. 벌어들이는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자동차할부 등 전체 대출금액이 정해진다.

이 방안에 따르면 DSR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은 금융기관별 DSR을 규제해 왔는데 개인에 대해서도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DSR이 적용되면 주택담보대출 대신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는 등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모든 종류의 대출을 다 합산해 소득대비 대출의 규모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도 DSR로 단계적으로 대체해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많으면 그만큼 주담대가 제한된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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