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 아들, 알고보니 10년지기가 든 골프채에 맞아죽었다
지난달 11일 친구 생일 파티에 갔던 A씨(24)가 주검이 된 채 가족에게 돌아왔다. 사고인 줄 알았던 사건은 10년 동안 친구라 믿었던 이들의 범죄였다. 이를 방관해 재판에 넘겨진 친구의 부모는 “내 새끼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9일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달 12일 속초에서 발생한 A씨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주범인 최모(23)씨를 상해치사와 강제추행, 특수폭행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고, 범행에 가담한 2명을 특수폭행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A씨의 부모는 8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를 통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당시를 회상했다. A씨와 10년을 알고 지낸 최씨는 “술자리에서 작은 시비 끝에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 같다”며 “다음 날 일어났는데 A씨가 숨을 쉬지 않아 병원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의 장례식장에서 누나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들이 “죽기 전 잔디 위에 쓰러져 피범벅 된 A씨의 얼굴 사진이 떠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사망 전 CCTV에는 유족에게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말하던 최씨가 A씨를 골프채로 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더 놀라운 건 곁에 있던 친구 2명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사실이었다.
A씨의 후배들은 최씨 일행에게 그가 친구를 가장한 괴롭힘을 오랫동안 당해왔다고 털어놨다. A씨에게 유독 술을 많이 먹이고 옷을 벗긴 채 그 모습을 찍어 SNS에 공유했다는 것이다.
SBS 제작진이 최씨 폭행 당시 이를 촬영한 B씨의 집을 찾아갔다. B씨 부모는 “나도 우리 자식 때문에 힘들다”며 소리를 질렀다. A씨의 동생이 “우리는 오빠를 떠나보냈다”고 호소했지만 부모는 “내 새끼 지금 경찰에서 조사받으며 속 썩고 있다. 다 괴롭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최씨는 구속 상태로, 이를 촬영하며 지켜보기만 한 B씨와 다른 친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전문가는 A씨 역시 오랜 괴롭힘 속에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객관적으로 보면 괴롭힘이 맞다”라면서도 “술에 취해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맞았을 때 그들과 함께하는 걸 중단할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을 수 있다. 참아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 뺨도 때리는 권력···한국선박 나포한 이란 혁명수비대
- [정치언박싱]"조용한 여당, 왜이리 패기없나" 열린민주당 김진애의 일침
- 시진핑에 찍히자 '재물신' 마윈조차 사라졌다, 中 실종 법칙
- 천재가 벽에 X칠까지···미국에 쫓긴 11년, 확 늙은 어산지
- 20살女 AI에 '레즈비언' 꺼내자 한 말 "질 떨어져 소름끼친다"
- "아이가 참 밝네요" 미혼모 가슴 후벼파는 이말, 사양합니다
- 35년만에 가장 춥던 날…내복의 3세여아, 길에서 "배고파요"
- "소풍가고 싶어요" 그 말에 폭행···법원, 살인죄 때렸다
- 英왕자의 삼성폰도 훔쳤다, 110개 물건 빼돌려 판 왕실직원
- '300원 생수'로 버핏 제쳤다, 세계 6위 부자 된 中 은둔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