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없다고 봐야.. 기업은 전혀 긴장 안할 법"

조혜지 2021. 1. 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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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 "한국 사회, 비용 줄일 기회 잃었다"

[조혜지 기자]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가운데)씨가 지난 8일 저녁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단식농성을 해산하며 울고 있다.ⓒ공동취재사진2021.01.08
ⓒ 오마이뉴스
"기업들은 이제 5인 미만으로 사업장을 만들거나, 모든 하청업체를 5인 미만으로 돌릴 거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그 '설마'하는 것들을 대부분 기업들이 해왔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논란 속에 지난 8일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은 차라리 '없는 셈 쳐야 한다'고 했다. 전체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이 각각 3년 유예·제외되면서, '있으나마나한 법'이 됐다는 비판이었다(관련기사: 강은미도 울고, 유가족도 울고... '불청객' 된 중대재해법).

소규모 사업장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의 읍소에, 그는 과거의 실책들을 돌아보길 주문했다. 한 여당 인사는 철물점과 중식당 등의 예를 들며 5인 미만 사업장 대부분이 소상공인들이라 가중처벌 될 부담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하 교수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소상공인들에게 부담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담을 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제외나 유예는) 수십 년 동안 해왔는데, 실효성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으니 빼자'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시켜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예된 '3년'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기업들이 처벌을 피할 구멍을 찾을 시간벌이 밖에 안 된다는 게 하 교수 주장이다. 그는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때도 같은 소리가 나왔다"라며 "몇조 원씩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을 거다. 기업 규모에 비춰 처벌 액수가 결코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처벌 조항이 빠진 것도 공기업과 비교했을 때 형평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하 교수는 "정부 기능을 대행하는 공기업 노동자들에겐 처벌 조항이 있는데 공무원은 안 된다? 올바른 법 원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법 제정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실망감을 나타내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한 노동자나 활동가들은 (법이 없던) 이전과 똑같은 각오로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변함없이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하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법 제정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실효성 없다"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이희훈
- 중대재해법이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제정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실효성이 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한 노동자나 활동가들은, 이 법이 없다는 가정 하에서 (이전과) 똑같은 각오로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변함없이 해야 할 거다."

-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을 제외(5인 미만 사업장, 전체 사업장 중 79.8%)하거나 유예(50인 미만 사업장, 전체 사업장 중 98.8%)했다.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전체 비용을 줄일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노동자들을 위한 법으로만 생각하는데, 사회 전체에 유익한 선택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동자의) 안전 보건에 투자하도록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산재 통계는) 제조업, 건설업뿐 아니라 사무직, 서비스직 등 모든 직종을 망라한다. 전체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문제였다."

- 5인 미만 사업장 제외의 경우, 정부·여당은 중식당·철물점 등을 예로 들면서 사업장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 가중 처벌될 경우 국민 법 감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들에게 부담될 수 있다. 그럼 (정부가) 그 부담을 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 거다. 적용을 제외하거나 유예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쓸 곳에 써야 한다. (제외나 유예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정부가) 시행해온 방식이다. 결과는 어땠나. 실효성이 없었다. '감당할 수 없으니 빼자'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시켜 줘야 한다.

'이 법 적용되면 망한다'는 기업은 솔직히 망해야 한다. 한계 기업들이 계속 유지된다고 국가 경제에 유익하지 않다. 사실 그게 시장경제의 철저한 원칙이기도 하다."

- 법 적용 배제는 기업을 위한 배려가 될 수 없다는 건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관련 법 논의 과정에서 어떤 건설업체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수백 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오면 어떡하느냐는 취지로 말했는데, 그런 대표는 사퇴해야 맞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경영자가 운영해야 맞다."

-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3년 유예됐다.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3년이 지나도 똑같은 상황이 된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제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이나 경제 언론들은 유예 기간이 지나도 똑같은 소리를 했다. 3년 뒤에 시작하나 지금 하나 상황은 똑같다는 소리다. 3년 동안 (기업들은 안전) 강화 조치를 하지 않을 거다. 일단 시행하고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처벌 조항'도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구조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 적용 대상) 기업들은 전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만들거나, 모든 하청 업체를 5인 미만으로 돌릴 거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설마' 하는 것들을 대부분 기업들이 (그간) 해왔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할까' 싶은 것도 다 했다. 지나친 우려는 아니다."

- 기업 입장에선 경각심을 갖기 어려운 법안이라는 지적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몇 조원씩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을 거다. 처벌 액수가 기업 규모에 비춰 결코 부담이 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시장경제 사회인 미국도 징벌적 배상제도가 많이 발달했다. 실제 기업의 규모에 비례해 손해 배상 정도를 산정하고 부과한다. 시장 경제에 저항하는 제도가 결코 아닌 거다."

"중대재해법, 대기업은 전혀 긴장 안할 법... 법으로 차별 조장"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공무원 처벌 조항도 제외됐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 자체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한다. 기업 부담이 증가하는 입법들이 늘 좌절돼 온 이유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마찬가지다. 미흡하지만 고용노동부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때도, 국회로 넘어와 환경노동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때 또 후퇴됐다. 이 과정에 기업을 대변하는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공무원 처벌은 (정부가)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 관과 민 모두 책임을 제대로 질 수 없는 구조란 비판인데.

"공무원 개인의 경우 직무유기에 해당할 시 처벌한다는 논의도 있었지 않나. 그러나 모든 대형 사고에서 공무원이 직무유기로 처벌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지금껏 있었던 중대재해 책임은 다 빠져나가는 것이다. 공기업 직원들과 달리, 인허가 권을 가진 공무원의 책임 처벌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 한국가스기술공사의 경우, 가스 사고로 큰 화재가 발생하면 인허가권을 가진 이들이 처벌받는다. 정부 기능을 대행하는 공기업 노동자들에겐 처벌 조항이 있는 거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벌이) 안 된다? 올바른 법 원칙이 아닌 거다."

-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일 기회를 상실했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한국의) 노동자 사망 비율이, 2015년 기준 기업과실치사법이 있는 영국과 비교했을 때 약 25배나 높다. 코로나19로 1년 동안 사망한 국민이 1000명이었다. 노동자1800만 명 중에선 한해 산재로 2000여 명이 죽는다. 한국 직장인들은 코로나19보다 몇 배는 위험성 높은 현장에 노출돼 있는 거다. 영국은 법을 도입한 이후 실제 산재 비율을 절반으로 줄였다. 한 사건엔 기업 매출 250%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인 셈이다.

(이번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국가가 법으로 조장하는 가장 나쁜 차별 중 전형적인 사례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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