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랑 몇천원 쥔 식당 사장·폭설에도 달리는 라이더.."돈은 누가버나"(종합)

이선애 입력 2021. 1. 9. 10:30 수정 2021. 1. 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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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높은 배달료·각종 할증..배달 마진 박해·수익 쥐꼬리 "과실은 배달앱 몫"
라이더는 위험한 노동 환경 속 열악한 수입구조 현실..결국 플랫폼 수수료 문제
서울 기온이 영하15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경보가 발령된 7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서 오토바이 배달원이 점심시간을 맞아 배달에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이승진 기자] "과실은 배달앱이 다 따먹었다." 폭설이 내린 다음날인 7일 저녁 구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강원형(가명)씨는 부츠 지퍼를 올리고, 배달 음식을 손에 들고 나서면서 "인근 아파트에서 들어온 주문이라 직접 걸어갔다 오겠다"라면서 가게 문을 나섰다. 20분 남짓 후 돌아온 그는 옷매무새를 단장하면서 "배달비가 너무 오른데다 오늘 같은 날은 영하의 날씨에 길이 얼어 각종 할증료가 많이 붙는다"라면서 "요즘은 자주 직접 배달에 나선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도, 자영업자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정비례로 대폭 늘지 않는다"라면서 "배달 장사 자체에 드는 비용이 많다 보니 기존의 매장 장사를 할 때보다 원가구조 마진이 너무 박하기 때문으로, 과실은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 등 플랫폼의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이더(배달원)와 자영업자가 '라이더 경제' 비즈니스의 동반자로 산업 생태계 변화를 '윈윈'으로 이끌어갈 수는 없을까. 본격적으로 '라이더 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라이더는 라이더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영업자는 과도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배달앱을 쓰고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라이더는 위험한 노동 환경과 열악한 수입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적으로 배달비·할증 인상…수익구조 악화

새해 벽두부터 전국에 배달 대행비와 각종 할증이 인상됐다. 배달대행업체별로 운영 지역에 따라 인상폭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소 200원에서 많게는 1000원가량 대행료가 인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할증도 붙이기 나름이다. 우천 할증을 비롯해 다리 및 언덕이 있는 지역, 아파트, 엘리베이터 유무 등에 따라 최대 3000원 수준의 할증료가 붙는다.

평균 4000~6000원의 배달대행비가 나오면 자영업자는 이를 평균적으로 1대1로 소비자와 부담을 나눠진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부담해야 할 비용은 또 있다는 것. 우선 가장 큰 부담은 '플랫폼 사용료'. 배달앱마다 수수료가 다르지만 통상 매출 20% 정도(결제수수료 포함 기준)로 잡으면 된다. 인건비와 원재료 비용도 다 돈이다. 이에 따라 음식점의 경우 과거의 매출구조가 원가+부대비용에서 이제는 원가+부대비용증가(플랫폼 수수료+배달대행비)로 바뀐 것이다.

배달은 역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산업의 중심축인 자영업자 배가 곯고 있는 이유다. 영등포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한 장영진(가명)씨는 "1만원짜리 음식을 팔면 다 제하고, 3000원 남는 것 같다"라면서 "아무리 배달 수요가 많아 음식을 많이 팔아도 배달 장사 마진 자체가 워낙 박해서 수익은 쥐꼬리만 하다"고 푸념했다. 이어 장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배달음식 특수가 생겼다고 하지만 정작 수익은 배달앱·배달대행업체에만 쏠리고 있다"라면서 "오히려 배달대행업체의 라이더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배달대행료 상승과 각종 할증 인상 등은 배달앱 경쟁의 폐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도 대안은 없다.

배달앱 초창기만 하더라도 배달앱에 가입하는 것이 주문을 늘리는 수단이 됐지만 이제는 배달앱에 가입하지 않으면 영업에 타격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에게 배달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배달 장사 마진'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뤄진다. 실제 자영업 커뮤니티에는 각종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 주력으로 사용할 플랫폼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주문 건수와 주문 금액 등을 고려해 어느 사업자와 손 잡는 게 이득인지 따지는 각종 변수를 고민한다.

성북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치현(가명)씨는 "라이더 배달비와 배달앱 수수료는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비싼 메뉴를 한번에 많이 팔수록 세트 구성에 신경 쓰고, 배달 최소 주문금액을 높여 배달 마진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라이더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배달비를 줄여달라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저 주력으로 사용할 플랫폼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최씨는 "라이더 경제 시대에서 플랫폼업체가 라이더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이익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는 등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하 20도에도 배달…배달비 현실화 필요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와 자영업자, 소비자의 상생을 위해서는 배달과 관련한 전반적인 기준과 제도 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또 10년째 제자리인 배달비 현실화가 이뤄져야 배달과 관련한 각종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정부가 나서 배달업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근거한 제도와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달대행업체별로 서로 다른 안전 기준, 급여 수준으로 인한 라이더 간의 과당경쟁으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 팀장은 "요즘 같은 폭설과 강추위에도 라이더들은 배달에 나서지만 안전과 배달비 등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마, 폭설 등 기상악화 시 일부 점주가 배달비를 추가 지급하지만 이는 모두 개별적인 결정"이라며 "한 푼이 아쉬운 라이더는 배달비를 더 주거나, 한 번에 많이 배달할 수 있는 업체에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배달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 없이 배달에 뛰어드는 라이더는 구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배달 음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라이더와 점주, 고객 사이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또 사고 발생시에도 산업재해 보험이 의무가입 돼 있지 않아 라이더가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란 게 라이더유니온 측의 설명이다.

특히 10년째 제자리인 배달료 현실화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라이더유니온은 지적했다. 구 팀장은 "라이더의 배달료는 10년째 그대로인데,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점주들은 수수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라며 "결국 배달대행업체가 수수료를 인하해 점주 부담은 낮추고, 라이더들의 배달 지급액을 높여 과당경쟁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날로 커지는 배달 시장과 함께 법의 사각지대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법이 일반인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생활물류법에 화물차와 오토바이만 택배·배달 운송 수단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다.

이미 배달의 민족의 '배민커넥트', 쿠팡의 '쿠팡플렉스' 등은 전동 킥보드나 도보를 이용해 일반인들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택배나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민커넥트의 경우 지난달 기준 누적 등록 인원이 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상황인데, 생활물류법이 통과될 경우 수많은 배달 종사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이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실을 고려한 명확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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