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장 창고 속 어미개..굶주림 버틴 이유 [개st하우스]
작은 회사나 공장에서 길러지는 마당 개를 본 적 있나요. 직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이들은 일터가 문을 닫는 순간 유기견이 되고 만답니다. 그래서 폐업한 공업지대, 재개발구역에는 수많은 공장 개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어요.
그런데 경기도 김포의 재개발구역에서 두 달 배기 네 남매와 어미 개를 구조했다는 반가운 제보가 들어왔어요. 구조 당시 어미 개는 깡마른 몸으로 네 남매에게 악착같이 젖을 물리고 있었어요. 어미 개는 어떻게 폐허 속에서 새끼를 길렀을까요. 이 이야기에는 매 주말 남몰래 사료를 나르던 선행이 숨어 있답니다.
20대 취업준비생 배수빈·김순일씨는 지난해 10월 자동차를 타고 김포를 지나가다 10여 마리의 떠돌이 개를 마주쳤어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개들이 연인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왔어요. 마침 대학교 동물보호 동아리 회원인 두 사람은 차 트렁크에 실려있던 약간의 고양이 사료와 물을 들고 다니며 유기견들을 먹였어요.
연인의 눈 앞에 펼쳐진 그곳은 비참한 폐공업 지대였어요. 빨간 스프레이로 ‘철거 예고’ ‘붕괴 위험’이라고 적힌 공장 곳곳에 버려진 기계들이 뒹굴고 있었죠.
여기 유기견들도 한때는 공장 사람들의 귀염을 받았을 텐데…. 연인은 개들의 처지가 딱했어요. 그래서 주말마다10kg짜리 사료 포대를 짊어지고 공장터 개들을 먹였답니다.
8번의 주말이 지난 작년 12월 19일, 허름한 창고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어요. 강아지들이 ‘낑낑’거리는 소리였고, 그곳에서는 평소 밥을 얻어먹던 어미 개가 새끼 네 마리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죠.
주말에만 겨우 밥 먹는 녀석이 네 아이를 키우고 있다니. 연인은 놀랍고 흐뭇했어요. 보금자리를 들킨 어미 개는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사료를 주던 연인을 알아봤는지 꼬리를 살랑 흔들었고, 어린 새끼들도 다가와 신발, 손, 바지를 킁킁거렸죠.
하지만 철거 예고장까지 붙어있는 이곳은 4남매 가족이 머물기에는 위험한 상태. 연인은 동물들의 구조 준비를 서둘러야 했어요. 남자친구는 개를 잡을 담요와 이동장을 챙기고, 여자친구는 인터넷 카페와 SNS에 사연을 올려 임시보호(임보) 가정을 모집했죠.
4남매는 구조될 운명이었을까요. 원래는 한달이 지나도 구하기 힘들다는 임보 가정이 이틀 만에 모두 확보됐어요. 연인은 가뿐한 마음으로 녀석들을 구조하러 떠납니다.
구조 당일인 12월 21일 오전, 제보자들은 창고를 물샐 틈 없이 폐쇄했어요. 포획 과정에서 4남매 가족이 도망 다닐 수 있거든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소박이와 아이들은 10분 만에 얌전히 이동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어요.
소박이네는 동물병원의 각종 전염병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어요. 이날 오후 서울에는 엄마 소박이와 아직은 어리광을 부리는 모카와 율무, 인천에는 독립심이 강한 라떼와 보리가 나뉘어 임보 가정에 맡겨졌답니다.
유기견 가족이 ‘구조’와 ‘임시보호’라는 큰 연말 선물을 받았어요. 하지만 연인은 유기견 가족에게 새해 선물도 꼭 챙겨주고 싶다네요.
“‘대박’ 말고 그저 ‘소박’한 선물 어떨까요? 다섯 마리를 행복하게 돌봐줄 가족을 주고 싶어요.”
지난달 29일, 취재진은 서울 효창공원 인근의 임보 가정에서 소박이 가족을 만났어요.
생후 1개월 된 강아지의 입에서는 젖니가 자라납니다. 잇몸이 근질근질해서 사람의 발가락을 질겅질겅 씹고 싶어하는 시기이죠. 취재진의 발가락을 향해 달려드는 개구쟁이 남매는 배변 패드를 정확히 이용하는 영리함도 갖췄답니다.
어미 개 소박이에게 ‘앉아’ ‘손’ 등 기초 교육을 해줬는데요. 불과 3시간 만에 숙지해서 임보 가족들을 놀라게 했어요.
제보자는 “소박이네는 8kg의 소형견이고 성격도 조용한 천사견”이라면서 많은 입양 문의를 기다린다고 당부했답니다.
-실내에서 짖지 않음. 온순한 성격
-모견은 8kg, 1살 추정
-네 남매는 2kg, 생후 1개월
-1, 2차 예방접종 완료 / 배변 교육 마무리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로 입양 조건을 제한)
*입양을 원하는 분은 해당 주소로 연락 바랍니다 (카카오톡 1004subinn, 인스타그램 sobak_4)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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