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 빠진 LCK, 2021 '한체탑'은 나야 나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2021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오는 13일 개막한다.
여러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지만, 많은 팬들의 시선은 탑 라인으로 향해 있다. '세체탑(세계 최고의 탑 라이너)'으로 거듭난 '너구리' 장하권이 LPL(중국) FPX로 이적하면서 LCK에는 탑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전통적으로 '탑솔러'의 리그라 불릴 정도로 걸출한 탑 라이너들이 많았던 LCK였지만, 올해는 유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장하권의 뒤를 이을 2020 '한체탑(한국 최고의 탑 라이너)' 후보들을 알아봤다.
◇ 담원 '칸' 김동하, '탑신봉자'에서 '완전체'로?
'제이스'의 화신. '탑신봉자'의 로망. 2017·2019 한체탑. '칸' 김동하를 지칭하는 수식어다. 2020년 LPL FPX로 이적했던 김동하가 디펜딩 챔피언 담원으로 둥지를 옮겼다. 장하권과 서로 팀을 바꾸게 된 셈.
가장 유력한 2020 '한체탑' 후보다. 2017년부터 꾸준히 하이퍼 캐리형 탑솔러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4번의 LCK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FPX 이적 이후에는 폼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KeSPA(케스파)컵에서는 담원에 완벽히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줬다.
'탱커 챔피언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주홍글씨도 이제는 옛말. 케스파컵 과정에서 김동하는 7개의 챔피언을 선보였는데, '아칼리'·'제이스' 등 소위 칼챔을 선택했을 때는 노데스 딜량 1위라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캐리력을 과시했다.
주목할 점은 가장 많이 선택한 챔피언이 '오른(3회)'이라는 점인데, KDA는 무려 7. 탱킹은 물론이고 준수한 데미지 딜링도 선보였다. 칼로 상대를 뚫어버린 것은 물론이고, 방패로도 상대의 머리통을 부쉈다. 탱커도 잘하는 김동하, 가장 유력한 '한체탑' 후보다.
◇ KT '도란' 최현준, 경험치통 꽉꽉 채우고 포텐 폭발?
그리핀 소속 당시인 2019년, 김동하에게 완벽히 밀린 뒤 분함의 눈물을 흘리던 '도란' 최현준이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몇이나 있었을까. 지난해 DRX의 불안요소라고 평가받던 최현준은 1년새 최정상급 탑 라이너로 거듭났다.
지난해 롤드컵에서 최현준은 뛰어난 라인전 지표를 보여줬다. 탑 라이너 기준으로 분당 CS(크립 스코어) 1위, 분당 골드 전체 5위, 킬관여율 1위 팀내 데미지 비중 1위, 분당 데미지 3위, 15분 골드격차 1위, 선취점 관여율 1위. 흔들리는 바텀 듀오를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선보였다.
케스파컵에서도 최현준의 활약은 이어졌다. 탑 라이너 기준으로 분당 CS는 9.2개로 압도적인 1위, 분당 골드 역시 1위. 분당 데미지, 킬관여율, 15분 골드 격차까지 1위를 차지했다. 개인 지표는 훌륭했지만, 팀적인 부진이 이어지면서 빛이 바란 부분이 있다.
◇ T1 '칸나' 김창동, 2년차 징크스는 없다!
2020년 데뷔한 신인이 LCK를 대표하는 탑 라이너로 거듭났다. 김동하의 이적 소식에 T1팬들의 불안감이 커졌지만, 유스 출신 '칸나' 김창동은 우려를 완벽히 날려버렸다.
지난해 스프링 스플릿 당시 김창동은 '버티는 플레이'에 특화된 선수였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특출난 점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상대의 갱킹을 흘리면서 팀적인 부담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대규모 교전(한타) 단계에서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서머 스플릿이 되자 김창동은 180도 바뀐 모습을 보여줬다. 솔로킬이 5회였던 그는 서머 스플릿에 28회의 솔로킬을 기록하며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라인전이 약하다는 평가도 완전히 지워냈다. 여기에 KDA도 5.2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 젠지 '라스칼' 김광희, 이제는 젠지의 대들보로
젠지 e스포츠의 탑 라이너 '라스칼' 김광희 역시 유력한 한체탑 후보다. 지난해 스프링 스플릿 이후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롤드컵 당시 다른 팀원들이 부진할 당시에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까지 김광희는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2017년과 2018년 김동하의 서브로 간간히 출전했고, 2019년 주전을 차지한 이후에는 장하권, 김동하, 김기인 등 최정상급 선수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서머 스플릿 김광희는 각성했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보여준 안정성은 더욱 한 단계 진화했고, 라인전도 강력해졌다. 솔로킬 횟수도 25회로 김창동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상대 탑 라이너의 캐리력을 억제하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3일 케스파컵 결승 이후 김동하는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까다롭다 생각하는 탑 라이너로 김광희를 뽑았다. 두 사람은 2년동안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한체탑 컨텐더로 자리매김한 김광희다.
◇ '기인' 김기인·'리치' 이재원, 우리도 있어요!
유력한 한체탑 후보는 네 명으로 좁혀지지만,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과 농심 레드포스의 '리치' 이재원도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김기인은 이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팀이 어려운 순간 김기인은 수차례 차력쇼를 보여주며 하이퍼 캐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기인의 진가는 2019년 드러났는데, 당시 '71인분'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절치부심이 시급하다.
탑 라이너로 전향한지 2년차가 된 이재원 역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이번 케스파컵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트록스', '제이스' 등의 소위 칼챔을 주로 다루던 이재원은 '말파이트', '오른'과 같은 퓨어탱커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보였다. 농심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재원의 분전이 꼭 필요하다.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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