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모임' 부활인가.. 존재감 키우는 與 '민주주의4.0'

김판,이현우 2021. 1. 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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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정책연구 모임" 설명 불구 이사진 다수 '부엉이 모임' 소속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정치 일정표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거, 이어 대선후보 경선까지 주요 이벤트가 빼곡히 들어차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그간 당내 경선 결과를 좌지우지해왔던 친문 핵심 지지층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할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친문 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내 세력구도에 변화가 생길 지도 관심이다. 그 핵심 열쇠는 친문 의원들이 정책 연구 모임을 표방하며 설립한 사단법인 ‘민주주의 4.0’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다음 행보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부엉이 모임의 부활?

‘민주주의 4.0’을 주도한 의원들은 “순수한 정책연구 모임이다. 정치적 의도 없이 봐 달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하지만 이사장을 맡은 도종환 의원을 비롯해 강병원 김종민 박주민 정태호 최인호 홍영표황희 의원 등 이사진 대부분이 부엉이 모임 소속이다보니, 이들의 세력화 자체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친문 일각에서 언급되는 ‘제3후보론’과 맞물리면서 “이낙연을 견제하고 이재명을 배제하려는 모임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대표가 친문 후계자를 자임하고 있지만 친문의 확실한 도움 없이 대선 경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8일 “이 대표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친문이 결집한 민주주의 4.0의 ‘인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4.0 측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모임을 주도한 황희 의원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모임을 조직한다면 굳이 사단법인까지 만들어서 공개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며 “항상 열려있는 모임으로 누구나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문 결집’, ‘계파 정치’라는 오해를 우려해 일부 인사들은 이사직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은 “이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봐 거절했다”면서 “대선 때 특정 후보를 다 같이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사진이 누군가를 밀려고 하면 내부 분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에 합류한 의원들은 친한 의원의 권유로 알음알음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들도 10명 이상 합류했고, 당내 주요 그룹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더미래 소속이면서 민주주의 4.0에 합류한 한 의원은 “친한 동료 의원의 권유로 가입했다. 정치적 결사체라기보다 단순 공부 모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미래와의 경쟁

민주주의 4.0 측은 선거에서 단일 후보 지원이나 집단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들의 세력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는 1차적으로 5월로 예상되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거가 꼽히고 있다. 당내 선거에서 세력화를 잘 이뤄낸다면 향후 대선 후보 경선까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규모의 정책 모임인 더미래와의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더미래는 당내 주요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대 국회 원내대표에 선출된 우상호 우원식 이인영 의원은 모두 더미래 소속으로 모임의 지지를 받아왔다. 더미래에선 우원식 의원이 차기 당 대표를, 박완주 의원이 차기 원대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주의 4.0에 속한 친문 그룹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그룹에서 내부적으로 교통 정리를 한 뒤에 후보를 낼 경우 자연스럽게 모임 간 세 대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

진짜 공부 모임으로 끝날까

민주주의 4.0은 적극적으로 정책 연구와 의제 설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월 2회 정책토론회를 열어 국정 과제를 점검하고 월 1회 미래비전과 관련된 전문가 간담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국민 학술행사와 현장간담회는 물론이고 연구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30~40대 전문가들과의 교류 창구로 활용할 방안이다. 외부 자문단의 경우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재관 고려대 교수, 이원재 LAB2050 대표가 합류했다. 출범식에서 발제를 맡았던 이원재 대표는 “정치색이 있는 집단이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4.0이 앞으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본소득이나 재난지원금 등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논쟁적인 정책 주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주요 현안과 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단순 공부모임에서 끝나지 않고 대선 캠프와 같은 역할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한 의원은 “연구 모임들이 당내 선거를 위해 출발한 모임은 아니지만, 연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나타날 수도 있고, 또 함께 고민하는 가치를 실현할 적임자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대받지 못한 의원들 사이에서는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유권자나 지지자들에게 친문이 아닌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판 이현우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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