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옷 끝자락을.." 정인이 사망 전날, '그알' 시선 끈 행동

박은주 2021. 1. 8.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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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입는 듯 만지작만지작..어색해하던 모습"
사망 전날 어린이집 CCTV에 찍힌 정인이. 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채널 캡처


생후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이른바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PD가 촬영 뒷이야기를 밝혔다.

정인이편 방송을 담당한 이동원 PD는 8일 유튜브 ‘그알 비하인드’에서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시간을 가졌다. 이 PD는 우선 촬영 계기에 대해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다뤄진 주제라서 ‘그알이 할 역할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제보가 엄청 많이 왔다”며 “혹시 아직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하고 취재해보니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아 방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질문은 ‘양부모가 정인이를 입양한 진짜 이유’였다. 이 PD는 “저희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라며 “직접 물어보고 싶었는데 구속 상태라서 만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 경제적인 이유 등 소문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질문에 답변하는 이동원 PD. 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다만 이 PD는 많은 제보자와 만나는 과정에서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양모가 정인이와 한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이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자 양모가 ‘네, 안녕하세요. 저희 아이 입양했어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PD는 “사장님이 당황하면서 ‘축하드려요. 훌륭하시네요’라고 반응했다고 한다”며 “취재 과정에서 사람들이 물어보지 않았는데 먼저 입양 사실을 밝혔다는 이야기를 3~4번 정도 더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청자는 몇개월 간 어린이집을 결석했던 정인이가 사망 전날 갑자기 등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 PD는 “지난해 9월 23일 3차 신고 이후 명절 연휴 등의 여러 이유로 어린이집에 자주 나오지 않았던 정인이가 사망 전날 갑자기 등원했다”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정인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양부모가 자택 방문을 거부해서 어린이집에서 보기로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등원시킨 게 아닐까 추정한다”고 했다.

담당 작가가 어린이집 CCTV에서 발견한 정인이의 특정 행동도 언급됐다. 이 PD는 “담당 작가가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날) CCTV 영상을 천천히 다 보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봤다”며 “방송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아파서) 힘이 없는 아이가 자꾸 옷의 끝자락을 만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이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정인이가 그날따라 예쁜 옷을 입고 왔다고 했다”면서 “(정인이가 그 옷을) 꼭 처음 입어보는 것처럼, 어색한 옷인 것처럼 자꾸 끝자락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PD는 “사망하기 전날 굉장히 건강 상태가 안 좋고 아마 장기에서 출혈이 있었을 텐데, 그나마 그날 좀 예쁜 옷을 입은 것마저도 어색해하던 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PD는 양모가 정인이의 사망 당일 응급실에서 어묵 공동구매(공구) 글을 올린 점도 짚었다. 그는 “양모가 2020년 10월 13일 낮 12시29분에 어묵을 공구하겠다고 올린 댓글이 있는데 이 시간은 정인이가 응급실에 간 다음”이라며 “심지어 응급실 도착 당시 정인이에게 심정지가 왔는데 거기서 어묵을 사겠다고 댓글을 단 것”이라고 했다.

양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어묵 공구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이 PD는 “양모는 사망 전날 밤 10시쯤 지인들에게 어묵 공구가 있는데 같이 사겠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사망 다음 날에는 함께 어묵을 사기로 했던 지인에게 ‘애들 데리고 놀이터에서 만날까요?’라고 연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를 데리고 나온 양모가 ‘아, 맞다. 어묵 왔어요’라며 그 지인에게 전달해줬다”면서 “그 지인은 당시 정인이의 사망을 몰랐다가 며칠 후 뉴스로 알았다. 그분은 정인이가 생사를 오갈 때 산 어묵을 줬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지인은 양모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도 죄책감을 느껴 인터뷰에 응하고, 확인이 필요한 여러 정보에 대해 협조했다”면서 “그 외에도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이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양모 A씨. 연합뉴스


이 PD는 “전문가들은 현장에 있는 분들이 그때그때 적절하게 판단을 해서 위험에 놓여있는 아이를 빠르게 발견하고,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2013년에도 정인이 사건과 비슷한 울산 계모 아동학대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그 사건으로 많은 제도적 변화가 있었지만 2020년에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때 만든 시스템이 잘못된 건지, 그 시스템 속에 있는 담당자나 주변의 이웃이 잘못하고 있는 건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인이를 많이 아꼈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지금 이 관심이 사그라지는 것”이라며 “그알은 끝까지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언제든 취재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후속 보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인이를 걱정하는 많은 분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결국 정인이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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