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 "생명 경시, 가정폭력 관대한 풍조 자성"

김아영,임보혁 2021. 1. 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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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인이 안나오게 하려면..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다

서울 양천구에서 지난해 10월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의 학대 사건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추모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아동 보호와 입양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생명을 경시하고 가정폭력에 관대한 풍조를 자성하고 교회가 가정사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송길원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우리가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게 감정 처리 즉 내면세계의 질서다. 정인이 사건을 보면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양모가 분노 조절, 즉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신앙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기독교의 신앙 체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신앙 행태보다 내면세계에 집중해야 한다. 교회에서 직분을 얻었다고 사람이 변화됐다고 볼 수 없다. 교회가 이 사건을 통해 깊은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다. 이 사건을 감출 게 아니라 회초리로 자신을 때리며 회개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교회의 총체적 위기로 받아들이고 다시 생명 존중의 본질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한재욱 강남비전교회 목사
-정인이 사건은 어찌 보면 한국 기독교의 뿌리 없음을 보여줬다. 우리 신앙의 기복적·미신적· 비인격적 부분을 드러냈다. 신앙이 인격적으로 성숙한 단계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우리 신앙이 물질주의·성공주의·개인주의 신학에 젖어 비윤리적이고 비사회적 형태로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신앙이 바로 세워지려면 신학이 먼저 바로 세워져야 한다. 신학이 세상보다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에 앞서가야 함을 보여줬다. 현재 신학의 상태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죄악성이다. 인간이 광명의 천사처럼 보이지만 뒤쪽엔 죄악성이 있다. 그것을 절제하는 게 신앙인의 자세이자 인격 수양이다. 그런데 정인이의 양부모는 그게 안 됐다. 신앙과 삶이 일치하지 않은 것이다.

-인간의 죄성은 깨어 있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가정 학대는 사실 수많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자녀를 폭행하고 성적 학대까지 저지르는 부모들이 많다. 가정 학대는 한 영혼에 큰 트라우마를 입혀 평생 상처로 남게 한다.

-이런 사회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녀가 잘 자라도록 보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크리스천은 가정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부모는 특히 양육의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말씀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셨다. 생명을 살려주기 위해 예수님이 그의 값비싼 보혈을 흘리셨다. 우리가 말씀을 듣는 것에 멈춰선 안 되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해야 한다. ‘신학’ 생활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잘해야 한다.

-신앙이 건강해지려면 근본적으로 신학교 교육이 중요하다. 삶과 신앙이 일치하도록 바른 신학이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성경적 세계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성경적 세계관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나님이 최초로 허락하신 공동체 가정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벗어나면 문제가 생긴다. 올바른 세계관이 세워지면 가정 학교 교회 사회가 바로 세워질 것이다.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유정현 캐나다크리스찬칼리지 신학대학원 기독교상담학 교수
-정인이 사건을 볼 때 쓴 뿌리의 근본을 볼 수 있다. 부모가 어떻게 자녀를 양육했는지 뿌리를 찾아야 한다. 분명히 부모의 양육 방법에서 쓴 뿌리가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부모들이 어떻게 자녀를 양육했는지를 볼 때 자녀 문제가 곧 부모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면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자기만의 욕구가 필요하다. 애정 결핍된 사람들은 다양한 중독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신비한 쾌감을 느낀다. 이것이 중독이다. 외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상처로 인한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고 한다. 내향적 성향의 사람은 움츠러들고 자학한다. 이 같은 모습은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갖고 있다.

-정인이 양부모의 경우 겉으로는 매우 착해 보인다. 목회자 자녀로 알려진 이들은 성장할 때 교인들에게 착해 보여야 한다는 그런 틀에서 성장했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속을 채우지 못한 채 겉모습에만 신경 쓴 것이다. 어느 날인지 모르지만, 분명히 뭔가 자학하거나 자신만의 취미로 허전함을 달래다 그게 정인이에게 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약점을 보이면 안 되는 ‘착한 병’ 환자로 성장한 게 아닌 가 싶다. 그들에게는 생명력 있는 사랑이 결핍되지 않았을까.

-아동학대를 해결하려면 부부는 프로답게 살아야 한다. 사실 안 싸우는 부부는 거의 없다. 변화를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녀가 최소한 유치원에 갈 때까지 자녀 앞에서 싸우지 않아야 한다. 집안에 차가운 냉기가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자녀에게 제일 큰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부모가 참된 사랑의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줬는지 스스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자녀에게 생명과 가정의 소중함이 각인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 자신부터 내면 치유를 받아야 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뚜껑이 한 번 열리면 물불을 가리지 못한다. 부모부터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부부 생활을 배우는 교육을 배워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역할이다. 눈을 넓혀서 성도들이 가족을 살피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게 수평적 목회 방법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현 상태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이웃도 필요하다. 허물없이 마음을 주고받는 이웃이 있느냐 여부가 건강한 가정의 척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인이 가정에 이런 이웃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내를 다 알고 있고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는 이웃이 있다면 함께 어려움의 답을 찾고 힘을 얻을 것이다.

유튜브 캡처

*김향숙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치유되지 않은 부모의 상처는 자녀에 대물림된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파괴적 에너지는 분노다. 분노 외엔 아이를 이렇게 파괴할 수 없다. 결국, 분노 조절이 안 된 것이다. 부모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 문제다.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자녀를 인격체로 본 게 아니라 도구로 본 것이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가치관을 가진 것이다.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감각이 완전히 죽어버렸다. 상대방의 고통과 상처에 제로인 공감 능력 불능이었다.

-아동 학대를 해결하려면 부모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부모의 상처 치유가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양육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하다. 30·40세대 여성에게 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양육의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알려야 한다. 이런 부모 교육과 치유 사역이 시급하다. 건강한 사역을 세우는 사역이 필수다.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
-정인이 양부모는 양육의 기본적 소양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정인이를 학대한 내용은 정상 범주를 넘어섰다. 정상적이지 않은 심리 상태로 보인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지만, 기독교 신앙을 누군가에게 율법적·문자적으로만 강조하고 강요하면 폭력이 될 수 있다. 양부모는 잘못된 신앙관으로 그런 것을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율법적인 부분, 강박 논리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면 다분히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사회적 지식이 높아도 원가정의 삶이 어땠느냐에 따라 익숙한 습관에 중독될 수 있다. 학대나 권위적·강압적인 부분에 익숙했다면 강박적으로 그런 중독의 성향이 나올 수 있다.

-부모 자녀 간의 친밀감이 이전보다 약화한 오늘날 사회에서 부모들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음에도 자녀들의 신앙 열매가 없는 경우를 보게 된다. 부모가 믿는 신앙을 배척하는 일도 간혹 있다. 자녀로선 부모를 통해 하나님 사랑을 보고 싶은데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부모가 없었다는 게 문제다. 부흥이란 이름으로 가정을 희생하지 않았나 싶다.

-하나님이 세운 가정 공동체가 건강하게 세워지도록 교회가 신경 쓰고 기도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가 잘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도해야 한다.

-이 사회에 건강한 가정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불행한 가정환경에 의해 중독에 빠지고 빠져서 불행해지는 악순환이 이뤄진다. 부모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으면 또 다른 가해자를 낳는다.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
-정인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양모의 아픔 때문으로 보인다. 본인도 유사한 학대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인도 잘 키우려고 했을 텐데 그런 게 해결 안 되면 아이를 키우면서 전이 현상이 나타난다. 어린 시절 자기가 고통받은 아픔이 아이를 보며 연상된다. 마치 침전물이 올라오는 것과 같다. 자연스레 학대받았던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다. 상처가 대물림되는 이유다.

-교회가 사랑을 외치지만 사랑으로 한 영혼을 품지 못했다. 교회가 성경의 가르침보다 율법적 개념으로 정죄해 죄책감을 많이 심어줬다. 죄에 대한 두려움과 복 받기 위한 것만 강조했다.

-학대와 폭력은 자기 내면의 무기력하고 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능력을 경험하는 것이다. 내면의 못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심리적 충동이 발생해 가학으로 이어진다.

-기독교인들도 말씀으로 학대를 많이 한다. 자녀들에게 말씀을 가르친다고 하지만 아이로선 학대로 경험될 수 있다. 이 같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다 있다. 단지 발현이 안 된 것일 뿐이다. 이 사건을 통해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제대로 하나님 사랑을 전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또 약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조사와 법적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

김아영 임보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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