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대란 上]벽두부터 혈액 '위기' 경보.. O형 가용량 3일치뿐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21. 1. 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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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헌혈 25% 줄어 '재난' 상황.. "내 가족 수술 못할 수도"
헌혈자가 줄었다.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반적인 수술이 취소될 수 있는 만큼 혈액 부족은 재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코로나19가 부른 또다른 재난, ‘헌혈 공백’이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향후 2~3년은 헌혈자 부족으로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못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혈액 부족은 또다른 재난 상황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안 그래도 부족하던 헌혈 인구가 더 줄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총 헌혈자 수는 2019년 279만1092명에서 지난해에는 261만1401명으로 약 18만 명 감소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학교가 임시 폐쇄되면서 고등학교·대학교 등에서 실시하던 단체 헌혈이 중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체 헌혈자의 30.39%(2019년)를 차지한 단체 헌혈이 지난해에는 24.67%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현재 혈액 보유량’은 혈액 수급 위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혈액 보유량이란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혈액과 검사 대기중인 혈액의 재고량을 합친 것을 말한다. 5일치 분량에 못 미치면 ‘위기 상황’으로 본다. 1월 8일 현재 혈액 보유량은 3.9일로 위기 상황 중에서도 ‘관심이 필요한’ 단계이며, O형의 경우 3.1일로 ‘주의가 필요한’ 단계에 근접했다.

1월8일 현재 혈액 보유량 현황표./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혈액 보유 단계가 3일분 미만인 주의 단계에 진입하면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혈액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응급 상황을 제외한 일반적인 수술은 혈액이 확보될 때까지 연기되거나 취소될 수 있다. 만약 2일분 미만(경계 단계)으로 진입하면, 응급 수혈 외에는 가용할 혈액 재고가 없어서 국가 혈액 수급 재난 상황을 초래할 만큼 위험하다. 지난해 5월 14일, 12월 17일에 혈액 보유량이 각각 2.6일·2.7일분으로 감소한 적이 있다. 이때 정부에서는 재난 문자를 발송해 헌혈 참여를 독려한 바 있다.

12월 18일 발송된 안전 안내 문자./헬스조선 DB

◇거리두기·방역 염려 말고 헌혈의 집 방문을

기존에 헌혈하던 사람이 헌혈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는데, 이 시점을 기준으로 헌혈 인구가 8% 감소했다(헌혈의 집 광화문센터). 광화문센터에서 11월 28일~12월 7일(총 10일) 사이에 헌혈한 사람은 509명이었는데 거리두기 격상 이후 10일 동안에는 469명이었다. 전년도 대비 동기간 수치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9년 12월 8일부터 총 10일간의 전체 헌혈자는 7003명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헌혈자는 5624명으로 19.6%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헌혈의 집이나 헌혈카페 등은 기타 의료시설이나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소독 및 방역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모든 출입자는 발열 확인 및 손소독을 해야 하고, 마스크도 반드시 써야 한다. 헌혈자가 다녀가면 그 자리는 바로 소독을 실시한다. 헌혈자 간 거리도 일정 간격 유지하고 있으며, 헌혈 전 문진 시 해외 여행력이나 호흡기 증상 등을 확인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에 사용하는 모든 채혈 도구는 일회용이라서 채혈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젊은층 의존도 낮추고 중장년 헌혈 적극 참여해야

문제는 헌혈 공백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헌혈은 첫 경험이 중요하다. 채혈에 대한 두려움을 나눔에 대한 기쁨으로 바꿔주는 게 첫 헌혈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탓에 고등학생·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단체 헌혈을 못 하게 되면서, 이들의 헌혈 경험 기회도 사라졌다. 헌혈을 해보지 못한 젊은 층이 나이가 들어서 처음 헌혈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단체 헌혈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젊은층의 헌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2019년 10~20대 헌혈 비율은 전체 헌혈자의 65.2%였다. 일본(20.9%), 프랑스(26.8%), 대만(34.37%)과 비교하면 두세 배로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수술받는 환자가 크게 늘어 수혈이 필요한 사람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만약 헌혈자 증가가 이에 못 미친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헌혈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헌혈 연령층을 넓혀야 한다. 한 사람이 일생에 걸쳐 피를 수혈 받을 확률은 10% 정도다.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내가 헌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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