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인이 놓친 아동기관, 지난해 감사서 "학대로 판단"
“실제로 저희 기관은 이 건을 학대로 판단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양 사건을 담당했던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강서아보전)이 밝힌 입장의 일부다. 정인양 사망 약 한 달 뒤에 열린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다.
지난해 11월 10일 열린 서울시의회의 감사에서는 정인양의 죽음을 막지 못한 강서아보전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8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정욱재 강서아보전 관장은 “(3차 신고 후 정인이의) 소아과 진료 당시 세 번째 신고이기 때문에 저희가 아이를 분리하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입양부모라서 경찰에 의해서 2번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너희들이 무슨 근거로 애를 데려가려고 하느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 바람에 저희가 강력하게 분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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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근거로…' 항의에 분리 못 해”
지난 2004년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가 설립한 강서아보전은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양이 숨지기 전까지 세 차례의 학대 의심 신고와 이에 따른 대응을 경찰과 함께 담당했다. 정인양 사망으로 기관 설립 16년 만에 처음으로 행정사무감사를 받았다.
“처음에 경찰에 인계되는 과정에서 심각성을 느꼈다면 좀 더 관찰하고 접근하고 간섭할 수 없었을까”라는 시의원의 질의에 정 관장은 “실제로 저희 기관은 이 건을 학대로 판단했다”며 “아동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서 어린이집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었다”고 말했다. 학대로 판단하면서도 연락 수준의 대응만 했다는 얘기다.
정 관장은 이어 “부모가 저희 방문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입양기관인 홀트를 통해서 ‘아이가 입양됐으니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요청을 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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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한 일 없다” 감사서 질타
당시 강서아보전은 감사 자료 제출에 대한 지적도 받았다. 복지위원장은 “(대면) 업무보고를 받기 전인데 진짜 업무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주요사업이 이거 달랑 한장인데 도대체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이렇게 제출하느냐”며 비판했다. 위원장은 “자료를 봐서는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정 관장은 “처음 행정감사자료를 작성하다 보니 작성요령을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학대 피해 아동의 상담 내용을 달라는 위원장 요구에도 정 관장은 “저희는 상담카드가 없다”며 “국가정보시스템 전산에 기록돼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위원장은 “그 자료를 출력해서 와야지 아이들 케어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오늘 감사할 게 하나도 없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관리가 안 되고 있으면 보호센터가 왜 있느냐”고 질책했다. 강서아보전의 책임론에 대해 정 관장은 “개인적으로 아동이 사망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서는 할 말이 없고 아이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답변했다.
당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 이영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정인이 사건이 있고 난 뒤 서울시의회가 바로 감사를 진행했으나 학대 아동에 대한 기관의 관리 상황이 상당히 미흡했다”며 “당시 제출한 자료로는 아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었는지 전혀 파악할 수가 없어 감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강서아보전 측은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라며 “다시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서울시에 강서아보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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