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약한 전기차.."주행거리 30~40% 급감"

김영민 2021. 1. 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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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에서 한 시민이 테슬라 자동차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수도권 아침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면서 전기자동차 주행거리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환경부 등에 따르면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면 전기차를 100% 충전해도 주행거리는 기온이 15도 안팎일 때에 비해 60~7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겨울철에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실외에서 사용하면 배터리가 금새 줄어드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테슬라 모델3, -7℃서 주행거리 40% 줄어
환경부 인증 결과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3' 최저가 모델(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RWD)의 1회 충전 주행거리(영상 20~30도 기준)는 352㎞이지만, 저온주행(영하 7도 기준)일 때에는 212㎞까지 단축된다. 저온주행 거리가 평시 주행거리의 60.2%에 불과하다. "저온주행 거리가 평시 1회 충전거리의 60% 이상이어야 한다"는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겨우 맞춘다.

모델3보단 사정이 낫지만, 현대 코나(평시 기준 74~76%), 기아 니로(76~90%)도 저온주행 시 거리 감소가 나타난다. 기온이 떨어지면 모든 전기차가 동력원으로 쓰는 배터리 내부 전해질의 이온 저항이 증가해 전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과)는 "배터리 성능은 영상 5도를 기준으로 10도 내려갈 때마다 보통 30%씩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영하 5도에는 평상시의 70%, 영하 15도면 49%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하 15~20도 정도의 강추위에선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이 평상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겨울에 전기차 운전을 하면서 히터를 가동할 경우, 주행거리는 더더욱 짧아진다. 이른바 '엉뜨'로 불리는 열선 시트도 마찬가지다. 전기차에선 히터와 열선 시트 모두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아 가동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모량이 많아지게 돼 주행거리 측면에서 불리하다.


히터 틀면 주행거리 더 짧아져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첫 전기차 'EQC 400'은 국내에서 친환경차 인증을 받기 위해 히터 최고 온도를 32도에서 28도로 낮췄다. 2019년 10월 처음 출시했을 당시 EQC 400의 저온주행 거리가 171㎞로 측정돼 상온 주행 시(309㎞)의 5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벤츠는 약 6개월간 주행 소프트웨어(SW) 등을 개선해 저온주행거리(171㎞→270㎞)를 늘린 다음에야 환경부에서 EQC의 친환경차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은 이후 EQC의 난방 최고치(28도)는 코나·아이오닉 등 국산 전기차(27도)와 유사한 수준이 됐다.

2019년 11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EQ 퓨처’ 전시관에서 열린 '더 뉴 EQC' 첫 국내 출고차량 전달식.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겨울철 주행에 앞서 운전자가 배터리 관련 지식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일 밤처럼 폭설로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히터를 틀 경우, 밤새 전기차 배터리가 방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허승진 국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운전자가 스스로 주행거리를 체크하고,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곳을 미리 알아놔야만 만약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기차 구매 시 '히트 펌프 시스템'이 들어간 차량을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다. 히트 펌프 시스템은 배터리 대신 전기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활용해 배터리 사용을 줄이는 기술이다. 겨울철 전기차의 충전을 돕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도 있다. 자동차의 실내 공기로 배터리를 가열시켜 혹한기 배터리 충전 시간을 단축해주는 기능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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