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분 지연에 분노..반년간 881차례 항의 테러한 男 최후
“지하철 지연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무려 6개월간 지하철 고객센터에 전화하고, 문자 폭탄을 보낸 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3월 12일 저녁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그는 생각보다 지하철이 늦게 도착하자 공사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에게 A씨는 폭언을 쏟아냈다. “지하철이 늦게 왔으니 소비한 시간과 통화료를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공사에 따르면 실제로 지연된 시간은 1분에서 5분 정도였지만, A씨는 화를 냈다. “딴소리 마라, 책임져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당장 바꾸라”고 했다. A씨가 이날 상담원과 통화한 시간은 57분에 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지하철 지연 항의’는 그 후로도 그치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도 A씨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지연 원인을 파악하고 시정하라”며 7분간 상담원을 다그쳤다. 사흘째 되는 날에도 전화를 걸어 50분간 화를 냈다. A씨의 전화를 받은 상담원들이 공포감을 느꼈을 정도로 전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A씨는 이후에도 “약 하세요?”라고 상담원을 치받거나 “본인이 있을 때 내가 찾아가겠다”라고 짧게는 2분, 길게는 한 시간씩 상담원과 통화했다.
A씨는 같은 해 4월에도 2호선이 지연되고, 4호선이 본인이 탑승하기 전 일찍 출발했다는 이유로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를 했다. “차를 놓쳤는데 어떻게 할 거냐”며 한 시간 넘게 반말을 하고 고성을 질렀다. 다음 달에도 A씨는 전화를 이어갔다. 고객센터장과 상담사에 불만을 드러내며 “실수했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이번 주부터 한번 괴롭게 지내보라”고 민원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이 지연될 때마다 전화했다. 공포를 느끼는 상담원에게 “너는 교환 반품도 안 되는 폐급”이란 표현도 사용했다. A씨가 6개월간 고객센터에 건 전화는 38번, 문자는 843회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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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 스트레스에 결국 고소
끊이지 않는 A씨의 전화 폭언에 따른 스트레스로 상담원들은 결국 산업재해 인정을 받게 됐다. 공사는 A씨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법원에선 감정노동자로 일하는 상담원에 대한 A씨의 행동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19년 2월 A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A씨는 형량이 과하다며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A씨의 원심을 확정했다.
공사측은 A씨 사건을 계기로 '감정노동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피해를 본 직원에겐 심리 안정 휴가가 주어졌고, 별도 공사 내에 마련한 마음건강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 오재강 고객서비스본부장은 “고객 응대 직원에 대한 도를 넘어선 행위는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 아래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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