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생계 막막한 이웃 도와달라" 춘천서 3억원 익명 기부

최종권 2021. 1. 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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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표와 편지 전달..2015년·2017년 기부자와 동일 인물 추정
익명의 기부자가 지난 4일 대리인을 통해 강원도 춘천시청에 3억원이 든 봉투와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지원대상과 방법이 구체적으로 써있다. [사진 춘천시]


강원 춘천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3억원을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춘천시에 따르면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5일 9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춘천시청 복지정책과를 찾았다. 기부자를 대신해 왔다는 그는 3억원이 든 봉투와 편지 한 통을 담당 공무원에게 전달했다. 이 남성은 “한 여성 기부자가 익명을 요구하며 3억원을 나에게 맡겼다. 편지에 기부자의 뜻이 적혀있으니 그대로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봉투와 편지를 전한 뒤 잠시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돌아갔다고 한다.

편지에는 기부대상과 방법이 소상히 적혀있었다. 기부자는 “춘천시에 거주하는 시민 중에 코로나19로 막막한 처지에 놓인 가정을 우선으로 도와달라”고 썼다. 그는 이어 “어린 자녀를 거느리거나 병든 노부모를 모시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가정을 100가구 엄선해 달라”며 “이 가정을 대상으로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100만원씩 지급해 추운 겨울만이라도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향후 기부자가 지원내용을 알 수 있도록 춘천시가 발행하는 월간지에 처리 방법을 실어달라는 부탁도 했다.

춘천시는 올해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한 인물이 지난 2015년과 2017년에도 3000만원과 5000만원을 각각 익명으로 전달했던 기부자와 같은 사람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리인을 통해 기부금을 전달하는 방식이나 편지글로 미뤄 동일 인물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춘천시는 거액의 기부금을 강원도공동모금회에 지정 후원으로 입금했다. 손덕종 춘천시 복지정책과장은 “거액의 기부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후원자를 시민으로 한정한 것으로 보아 지역사회 인사나 연고가 있는 분으로 보인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서둘러 지원 대상자를 발굴해 온정을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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