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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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채, 봉선화 봉, 정채봉(1946.11.3.~2001.1.9.)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한국의 안데르센 정채봉이 독자들을 위해 천국에서 책을 출판했다.
정채봉은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일본으로 떠나버린 후 유년과 학창시절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다.
채송화처럼 낮고 거짓됨 없이 앉아 있는 정채봉의 책을 풀꽃처럼 지순한 언어만으로 맑게 마음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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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오 기자]
"세상살이가 고단하지? 그래, 그래, 너 말 안 해도, 내가 다 안다. 인생은 그런 거야. 이 세상을 다녀가는 사람치고 슬픔이 없었던 사람은 없어. 우리 바다는 원래 세상 사람들의 눈물로 이루어진 거야." 74쪽
슬픔 없는 마음 없듯
정채봉은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일본으로 떠나버린 후 유년과 학창시절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다. 그 마음 밭의 풍경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저 바다 가운데 서 있는 바위섬에 파도 자국이 없을 수 없듯이 이 세상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 중에 빗금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바라기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저 바위처럼 아린 상처나 덧나지 않게 소금물에 씻으며 살 수밖에요." 81쪽
▲ 정채봉 20주기 기념산문집 <첫마음> 채송화처럼 낮고 거짓됨 없이 앉아 있는 정채봉의 책을 풀꽃처럼 지순한 언어만으로 맑게 마음을 깨운다. |
ⓒ 샘터 |
첫 마음으로, 마음의 속눈을 뜨고
"1월 1일 아침에 찬물에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언제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여는 글
정채봉은 출판사 샘터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많은 저자, 독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는다. 그래서 책에는 법정스님, 이해인 수녀, 김수환 추기경 등과의 일화가 야트막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은 마을 뒷산의 풍경처럼 고즈넉하게 펼쳐진다.
정채봉 작가가 쓴 글의 힘은 어디서 올까. 작은 것들에 드리우는 따뜻한 시선과 소리 없는 것들의 소리를 듣는 맑은 귀에서 오는 것 아닐까. 중국 영화 <현 위의 인생>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옥황상제의 사신들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했는데 그 눈이 마음의 눈, 순수한 동심의 눈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이 눈을 뜨고 사는 것 같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감고 사는 거야. 눈을 바로 떴을 때라야 '아 내가 이제껏 감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거든." 48쪽
동심이 우리를 구원해주리라
'쉰 살 그루터기에도 올라오는 새순'처럼 우리는 저마다 지난 시절의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 다만 그곳을 지나와 까마득히 잊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들을 다 끌어다 모으면 우리 어린 시절의 마음, 바로 동심이 될 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바람따지의 소나무처럼 부대끼고 부대끼며'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웃자람, 마음의 인플레, 도시의 그을음을 멈추고 어릴 적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돌아가길 작가는 권한다. 모든 위대함은 사소함에서 비롯되고, 작은 것의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한낱 검불 하나, 모래 한 알, 솔방울 하나에도 들판의 소리가, 천년 바위의 사연이, 숲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말이다.
"느낌표와 감탄사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야 할 우리의 마음 밭은 아예 모래밭이 되어 있지 않은지요? 저는 평소 동심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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