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 의사가 밝힌 '정인아 미안해'가 야속한 이유

이홍근 2021. 1. 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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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가해자 엄벌을 탄원할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국을 정식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A씨는 "그렇기에 그 중심에서 매번 아이들을 마주하는 나는 'OO야 미안해'와 같은 SNS 챌린지나 국민청원, 가해자 엄벌을 위한 진정서 같은 것들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무의미하고 방관자적인지, 더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가벼운 셀프 속죄의 유희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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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현직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가해자 엄벌을 탄원할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국을 정식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7일 자신을 소아응급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라고 밝힌 A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대로 숨진 16개월 아이의 일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사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우리에겐 일상에 가깝다”며 “다만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담담해지지 않는 아주 특이한 일상이다”라고 썼다.

A씨는 “응급실에 일주일만 있으면 오만가지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며 “맞아서 오는 아이, 교복을 입은 채 임신해 오는 아이, 배달 오토바이를 타다 다쳐 오는 아이, 성폭행당해 오는 아이, 자살시도 후에 오는 아이, 자살을 시도했으나 보호자가 나타나지도 않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틱한 과정과 결과가 알려지는 아이만 학대당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시간, 이 순간, 오늘도, 내일도 아이들은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페이스북 캡처


A씨는 “그렇기에 그 중심에서 매번 아이들을 마주하는 나는 ‘OO야 미안해’와 같은 SNS 챌린지나 국민청원, 가해자 엄벌을 위한 진정서 같은 것들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무의미하고 방관자적인지, 더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가벼운 셀프 속죄의 유희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학대당한 아이의 진료를 보고, 전후 상황을 파악하고, 신고를 하고, 진단서를 작성하고, 입원을 시키거나 혹은 사망선고를 하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말간 얼굴로 안기는 내 자식들을 볼 때 느끼는 죄책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감정”이라며 “미안하다는 공허한 말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가벼운 ‘미안해 챌린지’가 야속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가해자 엄벌을 탄원할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국을 정식으로 만들라고, 보호 아동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거기에 인력과 예산을 넣으라고 호소해야 한다”며 “‘약사에게도 신고의무를 부여하자’ 따위의 되도 않는 법령을 발의할 것이 아니라 사설 기관과 민간병원에 떠넘겨져 있는 일을 나라에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홍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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