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도 아파트·빌라·산동네로..플랫폼 경제 '실핏줄'된 라이더

정동훈 2021. 1.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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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3년차 성호인(31)씨는 폭설로 애를 먹었던 지난 6~7일을 가장 힘들었던 근무일로 꼽았다.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구 일대에서 전업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그는 폭설이 내린 지난 6일에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이 중단된 저녁 8시까지 골목 곳곳을 누볐다.

수도권 한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투잡' 라이더 손성일(37)씨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배달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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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경비노동자 만큼 늘어나
새 직업군, 또다른 경제 주체로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배달 라이더 3년차 성호인(31)씨는 폭설로 애를 먹었던 지난 6~7일을 가장 힘들었던 근무일로 꼽았다.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구 일대에서 전업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그는 폭설이 내린 지난 6일에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이 중단된 저녁 8시까지 골목 곳곳을 누볐다. 주택가 도로 곳곳에 눈이 쌓이면서 배달의 위험도가 높아졌다. 빙판길이 된 오르막길에선 오토바이는 무용지물이었다. 맨손에 짜장면·치킨 등을 들고 좁은 오르막길도 여러번 직접 오르내렸다. 안전을 생각하면 집에서 쉬고 싶지만 그렇다고 수입을 포기할 순 없었다. 성씨는 "궂은 날씨일수록 오토바이 운행이 힘들지만 주문량은 몇배씩 늘어난다"며 "배달이 자연스레 늦어지고 배달을 재촉하는 요구는 많아진다. 위험한 상황에서 운전하는 기사들을 위해 재촉 요구는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이더 20만 시대…혹사의 대가는 미흡=20만 라이더시대가 플랫폼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택시 운전자수(26만여명), 아파트 경비노동자(20만여명)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언택트(비대면) 소비의 확대와 배달수요 폭증은 새로운 직업군으로서, 또 다른 경제주체로서 라이더로서의 역할을 높여준다. 진출입이 쉬운 반면에 노동강도는 어느 직종 못지 않게 세다. 혹사의 대가는 아직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전업 라이더를 기준으로 본다면 20대부터 40대 남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하루 10시간, 주 50시간 이상을 일하고 월 평균 250만원 안팎을 번다.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한 월 평균 급여(182만원, 주 40시간 기준)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는 수준이다.

◆풀타임대신 부수입족도 가세=힘들고 적은 수입이지만 라이더는 전업을 넘어서 투잡과 단시간 알바와 같은 세분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수도권 한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투잡’ 라이더 손성일(37)씨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배달일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운동 등 여가 생활조차 힘들어지자 용돈벌이를 할 겸 선택한 일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주위에 늘어나면서 용돈벌이라도 해보자고 선택한 것이 라이더였다. "짭짤한 수입 덕에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도 선물했다"고 한다. 저녁시간 가장 배달이 활발할때는 3~4시간만해도 10만원 가량을 손에 쥐는 날도 있다.

서울 기온이 영하15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경보가 발령된 7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서 오토바이 배달원이 점심시간을 맞아 배달에 나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n잡의 시대, 배달 라이더 1순위=과거 투잡을 뛰는 직장인들의 선호 직종은 학원이나 과외 강사, 매장 알바 또는 운영, 서빙, 업무보조, 우유나 신문배달등이었다. 앞서 손성일씨처럼 이제는 라이더가 투잡의 대세가 됐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아르바이트 구직의사가 있는 성인남녀 9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직자의 24.8%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직장인과 3040의 의향이 높았다.

◆경제주체로서의 역할론 과제=배달 라이더들은 ‘도시의 유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시 이곳 저곳을 누비지만 이들이 어디서 오는지 누구와 일하는지 아는 이들도,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다. 라이더들은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어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때문에 배달대행업체들은 4대 보험, 퇴직금, 산재 처리 등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라이더들이 ‘노동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특수고용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사실상 라이더 등이 맺고 있는 위탁 계약은 종속적인 고용 관계와 다름 없다. 이들의 근로자성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보장해야할 지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삼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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