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가 최대 50억원 김환기 말년 작품 경매

박병희 2021. 1. 8. 11: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케이옥션 올해 첫 메이저 경매..뉴욕서 작고 1년 전 완성, 30억원에서 경매 시작
김환기 '22-X-73 #325', 코튼에 유채, 1973, 182×132㎝ [사진= 케이옥션 제공]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최대 50억원의 낙찰가가 예상되는 김환기(1913~1974)의 말년 작품이 케이옥션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출품된다.

케이옥션은 오는 20일 오후 4시 열리는 2021년 첫 메이저 경매에 130점, 약 92억원어치의 작품이 출품된다고 전했다. 최고가에 출품된 작품은 김환기의 미국 뉴욕 시대 후기 작품인 '22-X-73 #325'다. 그가 작고하기 1년 전인 1973년 완성한 작품이다. 케이옥션은 30억원에 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케이옥션은 김환기가 점차 악화하는 건강과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각오를 생각하며 지나온 삶을 관조하는 자세로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기는 평생 주조색이었던 청색을 회색조로 물들였다. 화폭에 가득 찼던 점을 비워내며 길게 뻗은 공백을 통해 정연한 선을 만들어냈다. 케이옥션은 예술 인생의 모든 것이 집약된 점획과 선들의 조화가 작품에 무한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기 'XII-69', 1969, 종이에 유채, 58×47㎝ [사진= 케이옥션 제공]

또 다른 김환기의 작품 'XII-69'는 1969년 뉴욕 시대 작품으로 십자 구도가 뚜렷이 드러난다. 케이옥션은 "분할된 화면상단에 각기 다른 색으로 채워진 점화는 밤 하늘에 은은하게 빛나는 별을 연상케 한다"며 "작품 하단 양면의 자유로운 선과 도형들은 김환기가 추구했던 순수한 추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정가는 1억5000만~3억원이다.

동시대 작가로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양대 산맥인 유영국의 작품도 경매에 출품된다. 김환기와 유영국은 1930년대 후반 일본에서 교우 관계를 맺은 뒤 함께 화가의 길을 걸었다. 유영국은 귀국한 뒤 경북 울진에서 어부로 생계를 이어가다 1947년 김환기의 서울대 응용미술과 교수 초빙 제안에 다시 화가로 살았다.

김환기와 유영국은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광복 후 제자를 양성하다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전업 작가의 길을 걸었다. 두 거장은 한국 추상미술을 각기 다른 양식으로 확장·발전시켰다.

김환기는 반구상적 자연에서 출발해 점과 선, 색면을 거쳐 점진적으로 완전한 추상세계인 전면점화에 도달했다. 유영국은 도형 중심의 구상주의에서 출발해 산과 바다 등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의 요소들을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를 이용해 보편적인 추상적 화풍을 완성했다. 김환기가 다소 이상주의적 성향을 띤다면, 유영국은 현실적인 성향을 보였다. 시대에 유연했던 김환기에 비해 유영국은 시대와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완강한 편이었다. 김환기는 유화, 과슈, 오브제, 드로잉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유영국은 유화 작업에 몰두했다. 유영국은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부터 11시30분까지 작업하고, 또 2시부터 6시까지 그림을 그리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평생 400여 점의 유화 작품을 남겼다. 형태를 단순화하고, 절묘한 색채의 조화를 추구하되 표면의 재질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탐구했다.

유영국 'Work', 캔버스에 유채, 1989, 130.3×193.9㎝(120호) [사진= 케이옥션 제공]

유영국의 1989년작 'Work'가 추정가 7~15억원에 출품된다. 유영국 작가 최고가 기록 경신 여부가 주목된다. 유영국의 최고가 기록은 지난해 5월 케이옥션 경매에 출품된 1960년작 '작품'이 기록한 7억7000만원이다.

박수근이 작고하기 직전인 1964년에 제작한 '두 나무와 두 여인'도 출품된다. 박수근 특유의 모노톤에 가까운 제약된 색채와 1960년대 초반에 이르러 완숙하게 표현된 입체적인 마티에르의 건축적인 표현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추정가는 3억~5억5000만원이다. 1956년작 '나무'는 보기 드물게 종이에 크레용을 사용해 그렸다. 추정가는 9000만~1억6000만원이다.

천경자의 '미모사 향기', 장욱진의 '나무 아래 사람', 도상봉의 '장미' 등 구상 화단 거장들의 작품, 한국 추상 화단의 거목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의 작품, 지난 5일 작고한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품 4점도 경매에 오른다. 김환기, 윤형근, 김창열, 김종학,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건용의 20호 이하 작품들도 다양하게 출품된다.

박수근 '두 나무와 두 여인', 1964, 메소나이트에 유채, 13×22.5㎝ [사진= 케이옥션 제공]
박수근 '나무', 1956, 종이에 크레용, 37.5×26㎝ [사진= 케이옥션 제공]

해외 부문에서는 요시토모 나라의 'Homesick with Ship', 베르나르 뷔페의 'Nointel, La Station en Hiver', 아야코 록카쿠의 작품 'Untitled' 등을 비롯해 야요이 쿠사마, 데이비드 호크니, 줄리안 오피, 조나스 우드, 미스터 두들 등의 작품이 출품된다.

한국화 및 고미술에서는 단원 김홍도의 '탑상고사도', 겸재 정선의 손자 정황의 '장안사'를 비롯해 추사 김정희의 간찰 3점과 시고 1점, '조각책장', '주칠각게수리', '드므', 매화문양을 양각한 '백자양간매화문병', '백자청화매조죽문병', '분청사기조화어문편병' 등이 출품되었다.

경매 출품작은 오는 9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0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은 무료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반드시 예약을 한 뒤, 마스크를 착용한 후 전시장 입구에서 비접촉 체온측정을 거쳐 관람할 수 있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전화로 응찰할 수 있다.

조나스 우드 'Speaker Still Life', 2019, 석판화, 스크린프린트, 99.5×75㎝(edition PP 2) [사진= 케이옥션 제공]
미스터 두들 'Yellow Flower, Blue Robot, Orange Fish, Pink Bird(Set of 4)', 2019, 스크린프린트, each 35×35㎝ [사진= 케이옥션 제공]
단원 김홍도 '탑상고사도(榻上高士圖), 비단에 수묵담채, 26×19.5㎝ [사진= 케이옥션 제공]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