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통합놀이터'를 아시나요?..포항에 들어선 이색 놀이터
'장애 없이' 이용, 대구 경북에서 첫 선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앞에 자그마한 놀이터가 지난 7일 문을 열었다. 언뜻 보기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어린이 놀이터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소는 의자가 보이지 않고, ‘방방’이나 ‘봉봉’으로 불리는 트램펄린은 바닥에 묻혀 있다. 아이들이 ‘뱅뱅이’라고 부르는 회전 놀이기구도 공중에 떠 있지 않고 지면에 설치돼 있다. 바구니를 닮은 그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초로 설치된 ‘무장애 통합놀이터’다.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보행을 가로막는 턱과 계단, 좁은 통로 등을 없앴다는 점이 특징이다.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도록 만들었다. 휠체어를 타거나 움직임이 불편한 어린이도 장애물 없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300㎡ 규모의 무장애 통합놀이터에는 경계턱과 계단 대신 휠체어로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놀이시설도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지면과 단차가 없는 회전 놀이기구, 몸의 균형감각이나 지지 능력이 없는 어린이도 쉽게 탈 수 있는 ‘누워서 타는 시소’,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없는 어린이들을 위해 바닥에 설치된 트램펄린,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탈 수 있는 바구니형 그네 등을 갖췄다.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지난해 2월 포항시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서 조성에 착수했다. ‘포항시 어린이공원 및 어린이 놀이터 관리 등에 관한 조례’다. 조례 개정 전까진 포항에 있는 어린이공원 130곳에는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한 곳도 없었다. 포항시는 조례 개정을 하면서 ‘시장은 장애·비장애 어린이의 구분 없이 모든 어린이가 함께 놀면서 도전과 모험,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놀이 공간이 되도록 통합놀이터를 설치할 수 있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전국에서도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독일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놀이터를 만들 때 당연히 장애 어린이도 어울려 놀 수 있게 놀이기구를 설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최초 무장애 통합놀이터인 서울 ‘꿈틀꿈틀 놀이터’가 들어선 것도 불과 5년 전인 2016년이다.
최창호 포항시 공원과장은 “장애·비장애 어린이가 통합놀이터에서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무장애 통합놀이터 외에도 오천 물놀이장 조성이나 어린이공원 재정비 등을 통해 어린이뿐 아니라 노약자 등 모든 시민이 즐기고 쉴 수 있는 다양한 콘텐트들로 공원 곳곳을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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