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통사극 방영은 공영방송의 의무다

이진수 2021. 1.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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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수석 셰프 장봉환의 영혼이 사고 후 조선 시대 철종의 정비(正妃)인 철인왕후 몸에 깃들면서 일어나는 해프닝.

그러나 2016년 KBS 드라마 '장영실' 이후 퓨전사극의 뿌리랄 수 있는 정통사극은 안방극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그렇다고 공영방송까지 조상의 '정신'이 담긴 정통사극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통사극 방영은 상업적 논리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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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대한민국 청와대 수석 셰프 장봉환의 영혼이 사고 후 조선 시대 철종의 정비(正妃)인 철인왕후 몸에 깃들면서 일어나는 해프닝.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비리에 맞서 백성의 억울한 누명도 풀어주는 조선 시대 암행어사와 어사단의 통쾌하고 영웅적인 코미디. 각각 요즘 꽤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tvN 토일 드라마 ‘철인왕후’와 KBS 2TV 월화 드라마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얘기다.

두 퓨전사극 모두 재기발랄한 매력으로 오랫만에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 중이니 반길 만한 일이다. 퓨전사극처럼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여러 각도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는 드라마 발전에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사가 단순히 흥미 위주의 소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게 만든답시고 역사를 왜곡할 수도 있다.

퓨전사극이란 역사의 배경은 빌리되 가상을 전제하거나 현시대의 논리를 더 강하게 반영한다. 현실 세계를 투영해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한편 정통사극은 정사(正史)에 충실하거나 정사에 야사(野史)를 약간 첨가한다. 하지만 사실 자체에 대한 왜곡이나 수정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선조의 삶을 고스란히 담는 것이다.

정통사극의 경우 역사를 통해 좋은 과거는 배우고 잘못된 과거는 교훈으로 삼도록 채찍질한다. 조상의 과거로써 국민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고 통합과 화해의 비전도 제시한다. 국민의 역사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2016년 KBS 드라마 ‘장영실’ 이후 퓨전사극의 뿌리랄 수 있는 정통사극은 안방극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웃 일본·중국은 꾸준히 대하 정통사극을 제작한다. 일본을 예로 들면 공영방송 NHK에서는 지난해 1월 19일부터 대하 사극 ‘기린이 온다’가 방영 중이다. 벌써 59번째 사극이다. 올해는 ‘청천을 찔러라’가, 내년에는 ‘가마쿠라도노의 13인’이 이미 제작 확정된 상태다.

일본 공영방송의 사극 제작·방영은 역사수정주의 선전에 악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근대화 시기의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의 생애를 담은 ‘청천을 찔러라’다. 이미 2019년 9월에 올해 방송할 대하드라마 소재로 확정·발표됐다.

시부사와는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일제의 한반도 경제 침탈에서 선봉에 섰던 자다.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절친이기도 했던 그는 한반도에서 유통된 첫 근대적 지폐에도 등장해 우리에게 치욕을 안겨준 인물이다.

사극 제작에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들어간다. 현대극과 달리 극중 제품간접광고(PPL)로 제작비 일부를 충당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대다수 시청자가 긴 호흡의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다. 문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향유하는 풍조 탓이다.

그렇다고 공영방송까지 조상의 ‘정신’이 담긴 정통사극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통사극 방영은 상업적 논리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시청률이 높든 낮든 역사 드라마를 꾸준히 만들어야 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의무다.

투철한 역사의식으로 1980년대 MBC의 장기 기획물 ‘조선왕조 오백년’ 시리즈를 탄생시킨 고(故) 신봉승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역사 드라마에서 시대정신의 발현은 국민 선도라는 큰 뜻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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