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생산의 사회화' 기업을 공공 소유해 결실을 모두에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경제 영역에서 생산활동이 점점 사회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1%가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니, 몹시 부끄럽다."
폴 애들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교수는 새 책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에서 민간 기업을 공공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허용하는 자본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에 대한 애들러 교수의 시각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과거 체제로는 꿈도 꾸지 못했을 커다란 혜택을 인류에게 안겨줬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 체제의 성장으로 각 사업체는 독립적으로 상업 교류를 하게 됐다. 전 세계의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서로 만났고 회사들은 새로운 수요를 찾아내고 기존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혁신을 일으켰다. 자본주의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물질적 생활 수준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1880년 40세에 불과하던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오늘날 79세로 늘었다. 세계 평균 수명도 30세에서 71세로 늘었다."
애들러 교수는 다만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사기업과 이익 창출을 위한 생산에 기초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쟁은 역설적으로 집중을 발생시킨다. 경쟁에서 패한 기업이 퇴출되면서 시장은 독과점으로 변해간다. 활발한 시장 경쟁의 이점은 독점시장의 단점으로 퇴색된다. 기업의 독점권은 입법부의 입법 과정과 행정부의 규제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치가 경제에 종속될 지경이다. 정부는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일반 국민이나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없게 된다. 지구온난화 같은 공공의 문제도 경제 논리에 밀리게 된다.
애들러 교수는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가 처한 위기를 6가지로 요약한다. 경제적 불합리, 노동자 소외, 반응 없는 정부, 지속 불가능한 환경, 심각해지는 사회 분열, 국제적 갈등이다.
그는 문제 해결 차원에서 민간 기업을 공공 소유로 대체하자고 주장한다. 반자본주의적 논리의 근거로 생산의 사회화를 꼽는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싼 원료·부품·노동력에 기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 기반 시설의 확장, 정부의 법률 지원 같은 혜택을 받는다. 게다가 교육 기회가 확대되면서 기업은 더 숙련되고 지적 수준이 높은 노동자를 공급받는다. 요컨대 오늘날 기업은 사회의 도움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애들러 교수는 이를 ‘생산의 사회화’라고 표현한다. 자본주의가 경제 효율성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는 상호의존성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애들러 교수는 생산이 점차 상호의존적으로 이뤄지는데 재산권은 여전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지적한다.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이 강해지면서 재산권에 대한 사적 권리가 강화되고 있다. 생산이 사회화하고 있는데 생산의 결실을 누릴 기회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셈이다. 이는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따라서 애들러 교수는 생산의 사회화에 따른 생산 자원의 소유권과 통제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상호의존적인 생산의 결실이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사람들은 당연히 저항할 것이다. 애들러 교수는 장기 연금 같은 적절한 보상책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공공 소유로 전환한 기업의 운영 방식은 기존 대기업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애들러 교수는 강조한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키운 총아는 효율적인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발전시킨 뛰어난 경영 시스템 덕에 대기업의 경영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국가도 충분히 효율적일 수 있다고 애들러 교수는 주장한다. 국가가 지금 계획경제를 시도한다면 발전한 소프트웨어와 경영 기법 덕에 옛 소련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애들러 교수의 주장이다.
(폴 애들러 지음/김윤진·한은경 옮김/이원재 감수/21세기북스/2만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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