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형"→"똑바로 앉으라"..야당이 벼르는 박범계 변심
“윤석열을 사건 수사에서 배제해 버린 것은 더는 사건을 확대하지 말고 조용히 처리하라는 청와대의 명백한 수사외압이다.”
2013년 10월 19일 민주당 의원 11명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 팀장인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의 수사팀 배제에 항의해 내놓은 공동성명의 한 대목이다. 성명을 주도한 건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당 의원)이었고, 거든 것은 박범계ㆍ전해철 등 이른바 ‘친문(親文)’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검사의 사기를 꺾어 버리고, 몇몇 정치 검사들을 이용해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청와대의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영장 청구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2013년 10월 18일)됐다. 이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해 정직 1개월의 징계까지 받았다. 그런 윤 총장을 민주당은 “의로운 검사”라고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주도한 7년 전 성명이 다시 주목받는 건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정권 핵심으로 떠오른 데다가, 윤 총장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명 발표 3년 7개월 뒤(2017년 5월) 문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됐다.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윤 총장 징계안(정직 2개월)을 직접 재가했고, 박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윤 총장과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특히 박 후보자를 두고 야당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말 바꾸기가 도를 넘었다”(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는 비판이 나온다. 박 후보자는 2013년 11월 윤 총장이 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 범계 아우가 드리는 호소”라고 ‘윤석열 지키기’의 선봉에 섰다. 2013년 11월 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윤 검사는 감정에 치우친 것도, 민주당을 위해서 수사한 것도 아니고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한 것”이라고 윤 총장을 두둔했다.
윤 총장이 2016년 12월 1일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에 지명되자 박 후보자는 “윤석열! 그가 돌아온다. 복수가 아닌 정의의 칼을 들고”라고 반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임명됐을 때도 박 후보자는 극찬 일색이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윤 총장은) 성격이 호방하고 술을 잘 마신다. 디테일에 강하고 집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2019년 6월 윤 총장의 검찰총장 청문회를 앞두고는 “억지공격에 잘 방어를 하면서 상대(자유한국당)에 역습을 날려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랬던 박 후보자는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이 정권 비리 의혹 수사에 나서자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8월 윤 총장이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민주주의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라고 발언하자 박 후보자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자주 쓰는 표현”이라며 “검찰의 정치화가 심각하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는 박 후보자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는 하이라이트였다. 박 후보자는 윤 총장을 향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똑바로 앉으라”고 거듭 호통을 쳤다. 이에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에게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뼈있게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최근 윤 총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청문회장에서 말 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야당은 “박 후보자의 말 바꾸기 논란을 청문회에서 꼭 짚고 넘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ㆍ여당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박 후보자가 장관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라며 “윤 총장에 대한 입장 돌변에 대해 박 후보자가 어떤 변명을 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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