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 등산화 신고 폴대 짚고.. 빙판 뒤덮인 출근길 '엉금엉금'
"전날 저녁 퇴근.. 오늘 아침 도착"
시민들 극심한 정체에 불만 폭발
7일 출근길에 만난 시민들은 롱패딩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눈이 쌓인 길을 종종걸음으로 조심스레 걸었다. 서울 삼성역 근처에선 정장에 등산화를 신고 걸어가거나, 폴대를 지팡이 삼아 짚으며 가는 시민도 보였다. 늦은 오전까지도 서울의 많은 도로 주변에서 삽이나 빗자루로 눈을 치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서울은 이날 아침 눈이 대부분 그쳤지만 전날 오후부터 쌓인 눈으로 많은 시민이 출근길에 고역을 치렀다. 운행하는 승용차는 줄었지만 대부분 거북이운행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도심 주요 도로의 차량 속도는 시속 10㎞대까지 떨어졌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저녁에 퇴근했는데 오늘 아침에 도착했다” “집에서 1시간 일찍 나왔는데 결국 지각했다”는 푸념이 줄을 이었다. 또 “도산대로 앞에서 스키 타고 가는 사람을 발견했다” “버스가 안 다녀 산 위에서 스키 만들어서 내려왔다”는 체험담도 쏟아졌다.
대중교통 운행이 늦어지며 많은 시민이 발을 동동 굴렀다. 삼성역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박모(29)씨는 “오늘은 집에서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회사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광역버스를 타지만 이날 지하철로 출근했다는 직장인 김모씨는 “늦을까봐 30분 일찍 나왔는데 평소보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았다”며 “전날 퇴근길에는 버스가 이동하지 못해 남산터미널에 1시간이나 갇혀 있었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지하철 일부 노선이 마비됐고, 하늘·바다 길도 끊겼다.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선 외대앞역을 지나던 소요산행 열차가, 지하철 4호선에선 동대문역을 지나던 당고개행 열차가 고장 나 운행이 지연됐다. 김포도시철도에는 승객이 너무 몰려 운행이 늦어졌다. 인천과 제주 등에서 항공기 38편이 결항됐고, 포항~울릉 등 84개 항로의 여객선 110척 및 낚시어선의 출항이 막혔다.
전국 곳곳에서 빙판길 미끄러짐 사고도 속출했다. 전북 부안 서해안고속도로에서 16t 탱크로리가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고, 충남 공주 당진-영덕고속도로에선 화물차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주변 도로를 마비시켰다. 언덕길에서 버스 바퀴가 헛돌아 아래로 미끄러지거나, 승용차가 팽이처럼 돌다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도 빈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밤새 수십만t의 제설제를 살포했으나 폭설과 한파 앞에 무력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날 퇴근길부터 이날 아침 출근길까지 극심한 도로 정체가 이어져 “예고된 폭설에 제때 대비하지 못했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아침까지 밤샘 제설작업을 벌였지만, 출근 대란을 막지 못했다. 서울시는 “전날 퇴근 차량 행렬과 폭설이 겹쳐 제설차 운영이 어려웠다”며 “제설차 수량 확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6도, 강한 바람으로 인해 체감기온은 더 떨어진 영하 24.9도를 기록했다. 전날 오후 7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서울의 최심신적설(특정 기간 눈이 최대로 깊었던 적설 값)은 3.8㎝로 나타났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전남서해안, 제주도 등에는 이날 오후에도 시간당 1~3㎝의 눈이 계속됐다.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요지점의 적설량은 울릉도 42.1㎝, 제주 어리목 52.8㎝, 부안 새만금 22.1㎝ 등을 기록했다.
8일도 중부내륙, 전북북부의 최저기온이 영하 20도 내외로 떨어지는 등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5~영하 8도, 9일은 영하 23~영하 7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충청·전라권, 제주도 등에는 눈이 이어져 9일까지 충남서해안, 전라, 제주도에는 5~20㎝, 일부 제주도 산지에는 50㎝ 이상 많은 눈이 쌓일 것으로 예보됐다. 충남서해안과 제주도에는 10일까지 눈이 이어지겠다.
김지애 오주환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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