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모 김미애의 분노 "정인이 '입양탓' 프레임 씌우지 말라"

이상언 2021. 1. 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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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직격인터뷰]
학대 부모 중 양부모 극히 드물다
입양 문제로 여론 화살 돌리는 건
경찰과 정부 책임 회피하려는 것
입양 줄면 보육시설 아이 늘게 돼


‘대통령 인식에 분노한다’는 입양모 김미애 의원

이상언 논설위원

‘웰빙 정당’이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국민의힘에 범상치 않은 이력을 지닌 이가 있다. 지난해 총선 때 부산(해운대을)에서 당선한 김미애(52) 의원. 그는 가난 때문에 고교를 중퇴하고 방직공장에서 여공 생활을 했다. 짝퉁 물건 파는 가게 점원으로도 일했다. 그야말로 흙수저 출신이다. 뒤늦게 야간대학을 다니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개천용’ 변호사로 변신했지만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청소년과 가정폭력, 성폭력 고통 속에서 사는 여성을 위한 활동에 주력했다. 국선 변호를 마다하지 않았다. 더 특이하게도 10년 전 미혼 상태로 아이를 입양해 길러 왔다. 지금도 미혼이다.

김 의원은 최근 소속 당 회의, 국회 소통관 단상, 페이스북에서 연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정인이 학대 사건과 관련해서다. “‘입양 사후 관리에 만전’을 중요 대책으로 제시하는 대통령의 인식에 입양 가족으로서 분노합니다. (중략) 입양 사후 관리를 공적 기관으로 하겠다는 게 대책인가요? 공적 기관인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제 역할을 했나요?”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물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그를 만나 문 대통령의 생각이 왜 잘못됐다는 것인지, 정인이 사건을 통해 확인된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10년 전에 딸을 입양해 키우는 김미애 의원(국민의힘)이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인이 학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양부모냐 친부모냐가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아동학대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엉성한 공공 시스템이 문제의 본질이다” 고 주장했다. 임현동 기자

Q : 문 대통령의 인식에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 “정인이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첫 언급이 입양 문제였다. 입양 전반에 관리 감독을 더 하겠다, 공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거였다. 이 사건의 본질이 입양인가. 아동학대가 본질 아닌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이가 70명이다. 그중 입양 가정에서 발생한 것은 딱 한 건이다. 그 입양이 재혼 가정에서 배우자 자녀를 입양한 것인지,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에 낸 자료에 따르면 아동 학대 가해자 중 72.3%가 친생부모이고, 입양부모는 0.3%다. 재혼 가정의 경우 등을 뺀, 입양기관을 통한 입양에 국한해 보면 비율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이다.”

Q : 입양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A :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적 시스템에 속하는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제 역할을 하지 못 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느닷없이 입양 문제를 꺼냈다. 청와대와 여권의 프레임 전환 시도로 의심된다. 경찰과 보건복지부 소관의 아보전이라는 공적 시스템 고장에 대해 사과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되니 여론의 화살을 입양으로 돌리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입양 정비도 필요하면 할 수 있지만 그게 먼저는 아니지 않나. 이 정부의 특기인 프레임 짜기가 작동했다고 본다. 비겁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Q : 입양기관도 학대 방지에 책임이 있지 않나.
A : “법적인 입양 절차는 가정법원의 인용(허가) 결정으로 끝난다. 그 이후 1년 동안 입양기관이 사후 관리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사후 관리는 입양특례법 25조에 ‘양친과 양자의 상호 적응 상태에 관한 관찰 및 이에 필요한 서비스’라고 규정돼 있다. 양부모와 입양 자녀가 상호작용을 잘하도록 도와준다는 취지다. 학대가 발견되면 신고할 수는 있지만, 수사권을 가진 경찰과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에 책임을 지는 아보전이 조사와 필요한 후속 조치에 중점적인 역할을 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

Q : 입양기관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정인이와 양부모를 관찰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A : “상담 기록을 보니 지난해 9월 18일에 양모가 상담원과의 통화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애가 잘 먹지도 않고 해서 너무 화난다, 불쌍하지도 않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부모가 자기 애를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미 아동학대 신고와 경찰 조사가 있었던 것을 아는 상태에서 이런 말을 들었으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아보전이나 경찰에 즉각 알렸어야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경위를 파악해 볼 생각이다.”

Q : 전국입양가족연대 등 입양 관련 단체도 대통령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A : “정인이 비극을 입양의 문제로 보면 아이를 입양해 기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축되겠나. 다들 자기를 의심의 눈초리로,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입양 부모들은 아이 몸에 멍 하나 생겨도 ‘제 자식 아니라고 방치했나’라는 말을 들을까 봐 노심초사하며 산다. 대통령 발언이 입양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입양이 줄면 더 많은 아이가 보육시설로 갈 수밖에 없다.”

Q : 정인이 학대가 일어나게 된 경위를 살펴봤나.
A : “양부모에 대해 좀 알아봤다. 경찰 수사 내용을 몰라 조심스러운데, 입양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실행에 옮겼지만 감당이 안 됐던 것 같다. 양모가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해외로 간 입양인들과 가까이 지냈다. 그 과정에서 결혼하면 입양하겠다고 막연하게 마음먹은 것 같다. 부부가 결혼 전에 데이트할 때부터 입양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부양가족이 늘고, 집에서 번역 일을 하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아이 맡길 곳도 없고 하니 그 스트레스가 아이 쪽으로 폭발한 것 같다. 지난해 4월에 이사 문제로 이 가정이 여기저기 전전하며 지낸 적이 있다. 그 일을 포함해 경제적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

Q : 국회에서 최근 며칠 새 아동 학대 관련 법안 10여 개가 쏟아져 나왔다.
A : “피해 아동 분리와 엄벌이 능사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없어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있는데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을 보면 어지간한 것은 다 있다. 경찰에 전문성이 없고, 아보전 등에 쓰는 예산이 적으니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즉각 분리’를 외치는데 아이를 맡아 보육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는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Q : 그렇다면 효과적인 아동학대 방지책은.
A : “학대 의심 가정의 아이를 즉각 분리하는 게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상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필요하면 합숙까지 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생각하고 있다. 가정법원에서 이혼 부부 가정에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TV에 부모가 전문가 상담을 받고 자기들 양육 방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는 사례가 등장하지 않나. 상담하면서 양육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지원을 동시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

Q :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동학대가 늘었을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이 많은데.
A : “벌이가 줄고 온종일 아이와 붙어 있으니 그만큼 감정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보육시설에 봉사자들이 갈 수 없으니 그곳에도 어려움이 쌓여갈 것이다. 학대 또는 방치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곳곳에 감춰져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이런 일을 걱정해야 한다.”

Q : 개인사에 대한 질문인데, 왜 아이를 입양했나.
A : “열다섯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엄마 없이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변호사 활동을 하며 이른바 비행 청소년을 많이 만났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애착을 많이 갖게 됐다. 내가 ‘결혼하지 않은 엄마’라는 사실이 아이에게 혼란을 줄 것 같아 이미 딸(10세)에게 낳아준 엄마가 따로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Q :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스스로 얘기하던데,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 “개천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가재·붕어·개구리를 말한 조국 전 장관은 위선덩어리다. 자기 자식들은 용으로 살게 하려고 했다. 젊은이들이 이런 거짓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기바란다. 나는 국회에서 끊어진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잇기 위해 노력하겠다. 로스쿨에 가지 않고도 변호사가 되는 길을 내는 데도 힘을 보태려 한다.”

■ ◆김미애 의원

「 1969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17세까지 그곳에 살았다. 가정 형편 때문에 포항여고를 중퇴하고 부산의 방직공장에 취업했다. 야간대학(동아대 법학과)을 다니며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사법연수원 34기)했다.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며 소년범, 가정·성폭력 피해 여성 변호를 많이 했다. 800여 건의 국선 변호를 맡았다. 미혼 상태로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 출마(부산 해운대을)해 당선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다.

이상언 논설위원

※인터뷰 원고 정리에 이지우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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