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설도 못하는 서울시장 대행, 황당한 월권 멈춰야

2021. 1.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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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물러날 시장 대행이 편향 인사·정책
구치소·요양병원 코로나19 대응도 엉망

일찌감치 예고된 눈에 서울시 교통이 마비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상청은 이번 눈을 전날부터 경고했다. 제설차와 인력을 대비시켜 눈이 쌓이기 전에 치우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예보대로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서울시 도로는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남산터널에 갇힌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숙한 대응은 어제도 이어졌다. 오전까지 제설이 안 된 도로가 많았고 지하철마저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렇듯 시정(市政)의 기초인 제설조차 헤매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선출된 시장도 섣불리 못하는 민감한 조치들을 연일 강행하고 있다. 최근 “일(1)합시다” 캠페인으로 물의를 빚는 등 편파 시비가 계속된 교통방송(TBS) 이사장에 유선영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석 달 뒤면 물러날 임시직 대행이 3년 임기의 이사장을 임명하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얼마 전엔 서울 광화문광장 개조 사업을 착공해 논란을 일으켰다. 고 박원순 전 시장과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립했을 만큼 민감한 사업이다. 최창식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 사업만큼은 경찰과 행안부의 반대 때문에 섣불리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다. 서울시는 비록 대행이라도 업무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설사 외부에서 압박해도 석 달 정도 늦추는 건 어렵지 않다.

대민 행정만으로도 버거울 판에 황당 행보를 멈추지 않는 서 대행을 야당이 맹비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제라도 TBS 이사장 임명과 광화문광장 공사 강행 이면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솔직히 밝히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다.

서 대행은 성폭력 사건으로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바람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봉사에 전념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강제추행방조죄 고발 건을 지난주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행정1부시장으로서 도의적 책임까지 벗어난 건 아니다.

코로나19 대응도 부실하다. 1100명 넘는 확진자에 어제 또 사망자가 나온 서울동부구치소와 무개념 코호트 격리로 200명 이상 감염된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등 유독 서울에서 집단감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비슷한 상황을 맞은 광주광역시의 경우 시에서 적극 나서 광주교도소 감염 사태에 대응하고 요양병원 확진자를 다른 병원으로 분산시키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차라리 박원순 시장이 있었다면 이렇게 무기력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올까.

서 대행은 이제라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 서울시민이 시장을 선택할 4월까지 부적절한 월권을 멈추고 제설과 코로나19 대처에 전념하라. 그것만 하기도 벅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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