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포커스] 아파트·오피스텔 규제, 주식 불안 .. 상가로 몰리는 뭉칫돈

2021. 1.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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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상가 분양시장
큰손들 수익성보다 안전성 중시
아파트·오피스텔 규제 반사이익
첨단산단 인근 신도시 상가 유리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강모(67·가명)씨는 지난 15년 동안 주식·펀드·채권 등에 30억원 이상을 굴리던 자산가다. 증권회사 VIP 고객으로 금융상품 투자만을 고집해 왔던 그는 최근 제3차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유행)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주식에 묻어두었던 15억원을 즉시 현금화했다. 강씨는 이 자금으로 부산 해운대의 한 신규 상업시설을 분양 받을 작정이다. 경제 불안에 대비하는 데는 실물자산, 역시 부동산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투자 대상 부동산으로 아파트·토지가 아닌 상가를 고른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물론 가장 먼저 따져 본 것은 ‘안전성’이다. 큰손들의 ‘뭉칫돈’이 ‘수익’에서 ‘안전’을 향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재유행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상업시설 완판·거래 증가세

안전 자산의 대표격인 상업시설 시장은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정수요와 배후수요가 탄탄하고 입지여건이 뛰어난 상업시설은 여지없이 몰려드는 투자자들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상업시설 시장의 열기는 우선 분양시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해 4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공개 경쟁 입찰방식으로 분양한 화성동탄2 A84블록의 단지 내 상가는 평균 낙찰가율 177.22%를 기록했다. 최고 낙찰가율은 284.44%로 예정가격(2억5000만원)보다 3배 이상 높은 7억1111만원에 팔렸다. 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5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상업시설(단지 내 상가)도 당초 분양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분양 시작 당일 81개 점포가 모두 팔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또 서울 영등포구 힐스에비뉴 여의도 상업시설(단지 내 상가)도 분양 개시 다음날인 지난해 6월 10일 39개 점포가 모두 ‘완판’(완전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9만3428건에 달했다. 이는 2분기(7만3071건)보다 27.8% 증가한 수치다. 전년 같은 기간(7만8110건)보다도 1만5318건 많았다. 경매시장 열기도 뜨겁다. 부동산법원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전국 업무·상업시설 경매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비율)은 30.4%,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6.8%를 기록했다. 이는 전 달보다 각각 2.5%, 1.8%씩 상승한 것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전국 주거시설 경매는 이전달과 비교해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모두 하락했다.


상가 투자 수익률 예금 2배
이처럼 상업시설 시장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초저금리 영향이 가장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0)’ 금리와 다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시중 유동자금이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찾아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상가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전국 상업시설 투자수익률은 2.26~2.72% 선으로,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6·17 대책, 7·10 대책 등 잇따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 내 투자수요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여겨지던 오피스텔까지 규제가 강화된 것도 상가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로 주택시장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데다, 설상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아파트 신규 투자가 사실상 차단됐다. 오피스텔 시장도 최근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간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신규 분양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용으로 사용하게 되면 주택 추가 매입 시 취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업시설에 투자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배후수요나 입지여건 등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해서다. 때문에 ‘옥석 가리기’식 선별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백경비엠에스 문정현 팀장은 “테마나 스토리가 확실한 신도시 신규 분양 상가나 구매력 있는 고정수요를 풍부하게 갖춘 첨단 산업단지 인근 상업시설 등 안정적인 투자 수익이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곳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태 조인스랜드 기자 kim.young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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