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록 빠져드는 마성의 남자, 유태오

2021. 1.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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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맞닥뜨린 현실에 그 누구보다 충실한 남자, 유태오와 빈 집에서 보낸 오후.
아이보리 컬러 니트는 Bottega Veneta. 코듀로이 팬츠는 Chin Down. 초록색 스니커즈는 Vans.
블랙 스웨이드 재킷은 Acne Studios. 니트는 Juun. J. 와이드 네임 팬츠는 COS. 청키한 블랙 슈즈와 나일론 소재 버킷 햇은 모두 Prada. 면 소재 버킷 햇은 Fred perry.
스트라이프 패턴의 울 코트는 Giorgio Armani. 아이보리 컬러 피케 티셔츠와 터틀 니트 톱은 모두 Tod’s. 와이드 데님 팬츠는 COS.

사진 촬영이 예상보다 한 시간 일찍 끝났어요 사진은 항상 빨리 찍게 되더라고요.

잘 찍으시니까 그러는 거죠잘 찍어주셔서 그런 겁니다(웃음).

〈새해전야〉로 올해를 마감하네요. 네 커플의 이야기예요 좋았어요. 주인공이 가지는 책임감을 N분의 1로 나눌 수 있어서. 배우 각자의 매력이 있다 보니 홍보할 때도 재미있고요.

래환은 당신 안에 존재하는 여러 면모 중 어떤 걸 많이 꺼낸 캐릭터인가요 (최)수영 씨와 제가 장수 커플로 나와요. 수영 씨도 실제로 장기연애 중이고, 저도 연애 같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우리가 연기한 인물들의 감수성이 편하게 다가왔어요.

예고편을 봤어요. “네 옆에 있으면 내가 자꾸 못나져”라는 래환의 대사가 연애의 한 부분을 잘 표현한 말 같더군요. 사랑 앞에서 작아지는 심리는 누구나 한 번쯤 겪잖아요 맞아요. 저도 그랬어요. 저는 무명 배우였고, 아내 니키는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였기에 그런 순간이 없을 수 없었죠.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극복한 단계들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더 단단해졌고요. 그래서 시나리오 읽을 때, 이건 연기하기 편하겠다 싶었어요. 너무 잘 아는 감정이니까.

영화에서 세상의 편견과 마주하는 연인의 딜레마를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게 가능할까요아니요. 사람의 사고라는 게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언어가 존재하는 한 편견은 살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편견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아요. 편견으로 인해 저 또한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해요. 그런 편견을 깨뜨리는 재미가 나름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편견은 나를 깨우쳐주기도 하고, 반성하게도 하고, 발전시켜 주기도 했어요.

내가 누군가를 편견을 씌워서 보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두려운 일이에요그래서 늘 노력해요. 최대한 백지 상태로 사람을 보려고. 제가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못 사는 사람이 있다고요. 지금 이 순간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1년 전 〈엘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군요. 다시 들어도 인상적이네요그게 어렵다고들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쉽거든요.

올해는 TV 드라마, 넷플릭스, 영화 모두를 섭렵했네요. 〈머니게임〉의 유진한도 그랬지만,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의 매켄지도 기존에 보지 못한 빌런이라 매력 있었어요. 시즌2에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이랄까요 아직 맛보기만 보여드린 느낌이에요. 더 많이 못 보여줘서 조금 아쉽죠. 시즌2는 저도 궁금해요. 넷플릭스에서 일단 제작 결정을 해줘야 할 텐데(웃음). 넷플릭스만의 규칙이 또 있잖아요? 누적 조회 수 같은 데이터도 비공개고요. 수치를 좀 알고 싶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한 게 있을 거예요 네. 일단 결과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되니,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죠.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면이 있어요 왜 카메라에도 여러 앵글이 있잖아요? 새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버즈 아이 뷰 같은. 어릴 때, 살짝 과대망상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하나님의 시선’을 가지고 있었어요. 종교가 있는 사람은 아닌데 누군가 항상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그러니까 내가 내 인생을 〈트루먼 쇼〉로 살아온 거죠. 어떻게 보면 나를 객관화시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끝없는 도를 닦아온 것 같아요.

〈트루먼 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만약 당신이 사는 이 세상이 〈유태오 쇼〉라는 게 밝혀지면 어떨 것 같아요? 이 질문을 하는 저까지 모든 게 가짜이고, 당신의 24시간이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다면 하나도 안 놀랄 것 같은데요? 내 생활이 어떻게 편집돼서 나가는지 궁금하겠지만요. 변하는 건 없을 거예요. 지금 인생을 그대로 살 거니까.

가짜인데도요네. 니키가 설령 연기자라 할지라도 저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거잖아요. 그녀도 자신의 정체성이 헷갈릴 만큼 가상현실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걸 깰 필요가 없다고 느껴요.

2020년 자체가 거짓말 같은 한 해였죠 단체생활의 로맨스가 그리워요.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 서서 극장에 들어가고, 공연과 콘서트도 단체로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기억에 남는 새해 전야가 있나요그건 없네요. 워낙 이벤트 없이 사는 사람이라.

하지만 얼마 전 〈레토〉 야외 상영회에 깜짝 방문해서 팬들에게 아름다운 이벤트를 선물했잖아요. 영화 오픈 채팅방에 등장한 적도 있고요 이렇게 말하면 섭섭해할 분도 계시겠지만, 일부러 준비한 건 아니었어요. 야외 상영회는 그게 마지막 〈레토〉 상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갔다가 팬을 만난 거고, 오픈 채팅방도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들어간 거예요. 뭐랄까, 저는 ‘타이밍의 운’을 믿는 사람이에요. 무엇이든 기대만큼 안 될 수 있기에 기대를 안 하려 하죠. 타인에게도 저에게도. 그러다가 타이밍이 맞아서 서로가 행복하면 ‘윈윈’하는 거고요.

타이밍의 운이라 뭔가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건 필요하죠. 인생에서. 그런데 계획에 너무 몰입하면 순간의 진솔함과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재즈에서 중요한 건 즉흥 연주잖아요? 그때의 감정에 맞춰서 연주하기에 훨씬 흥미롭죠. 삶도 예측되지 않아서 더 큰 감정으로 다가오는 지점이 있어요.

2020년에 벌어진 일 중에서 ‘내가 이 일 때문에 조금 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처음으로 배우자보다 돈을 많이 벌게 된 것(웃음)? 어떤 의미인가 하면 무명일 때 늘 상상했어요. 만약 돈을 벌면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막상 그런 상황이 됐는데, 생각한 것보다 제가 되게 소박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여전히 요리하는 게 좋고, 꽃이 좋고, 자동차나 비싼 술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행복을 위해 저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소박한 것들이에요. 올해 제가 저에게서 발견한 새로운 모습이죠.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은 특정한 감정이라기보다 감정 그 자체요. 그러니까 감정의 균형. 2년 동안 폭풍처럼 일하다 오랜만에 쉬고 있어요. 게다가 영화 홍보로 기존에 하지 않았던 패턴의 촬영도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감정 기복이 생기거든요.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저에겐 굉장히 중요해요.

참 단단한 사람 같아요 저는 한없이 나약해요. 하지만 숨지 않죠. 아예 민낯을 드러내고 사니까 숨길 게 없어요. 숨길 게 없으니 무서울 게 없고요. 아마 제가 단단하다고 느낀다면, 그래서일 거예요.

그레이 컬러의 니트 톱과 터틀 니트 머플러는 모두 Hed Mayner by Beaker.
그린 컬러 니트 톱, 지퍼 디테일의 머플러는 모두 COS. 와이드 데님 팬츠는 Hed Mayner by B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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