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읽기] 소소한 실수담이 주는 즐거움

2021. 1. 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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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떠오른 낯부끄럽던 실수 하나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동안 살아오며 저지른 소소한 실수담이 유쾌한 이야깃거리가 되어 우울한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비를 새총으로 쏘아서 죽였다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새총을 함께 만들었던 동네 형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소문이 나고 일이 커지면, 놀부가 당한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한동안 불안에 떨면서 살았다. 그러나 제비의 저주는 없었고, 그러다가 어떤 시점에선가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지금까지 나에게 일어났던 그 모든 고약한 일들이 어쩌면 내가 죄 없는 제비를 죽인 죄로 받은 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새총과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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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과 양아치/이경식/일송북

어느 날 문득 떠오른 낯부끄럽던 실수 하나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동안 살아오며 저지른 소소한 실수담이 유쾌한 이야깃거리가 되어 우울한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런 실수들이 누군가에게 타산지석이 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작가 이경식이 자전 에세이집 ‘치맥과 양아치’를 펴낸 이유다. 실수는 성찰을 낳고, 성찰은 자기 발견의 기회를 낳고, 자기 발견은 인생의 소중한 나침반이 됨을 작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유쾌하게 보여준다.

100개의 에세이 하나하나가 모두 때로는 ‘이불킥’의 부끄러움으로, 때로는 가슴 저린 그리움으로, 때로는 입술을 깨무는 미안함으로, 그리고 때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쉬움으로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 때로는 진땀 나는 선택의 어려움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많은지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책은 전체 5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완장의 추억, 제2장 똑딱선 기적 소리, 제3장 어머니의 시조 낭송, 제4장 실수에게 갈채를, 제5장 치맥과 양아치 등이다. 저자는 작가이자 번역가다. 연극 ‘동팔이의 꿈’ ‘춤추는 시간여행’, 영화 ‘개 같은 날의 오후’ ‘나에게 오라’, 칸타타 ‘금강’, 오페라 ‘독도 인 더 헤이그’ 등의 대본을 썼으며 6월 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음악극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의 대본과 가사를 썼다.

또 평전 ‘이건희 스토리’와 ‘안철수의 전쟁’, 자전 에세이 ‘나는 아버지다’, 경제학 에세이 ‘대한민국 깡통경제학’, 역사 에세이 ‘미쳐서 살고 정신 들어 죽다’, 사회 에세이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역사소설 ‘상인의 전쟁’ 등을 펴냈다. 번역한 책으로 안데르센 자서전 ‘내 인생의 동화’와 카사노바 자서전 ‘불멸의 유혹’ 등 120여 권이 있다.

눈에 띄는 이야기 하나만 소개한다. “제비를 새총으로 쏘아서 죽였다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새총을 함께 만들었던 동네 형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소문이 나고 일이 커지면, 놀부가 당한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는 한동안 불안에 떨면서 살았다. 그러나 제비의 저주는 없었고, 그러다가 어떤 시점에선가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지금까지 나에게 일어났던 그 모든 고약한 일들이 어쩌면 내가 죄 없는 제비를 죽인 죄로 받은 벌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새총과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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