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유하는 맛.. 세상에서 가장 흔한 카페 '카누'

문수정 2021. 1. 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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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브랜드 스토리] 동서식품 스틱 커피


커피가 빠진 일상을 상상하는 건 힘든 일이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으나 마음이 불편해지고 사람에 따라 불안한 감정이 밀려 들 수 있다. 커피를 즐기지 않거나 마시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53잔(2018년 기준·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의 부재’는 많은 이들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커피와 함께하는 일상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더욱 공고해졌다. 커피전문점을 가는 대신 집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다. 저마다 취향껏 캡슐 커피 머신, 에스프레소 머신, 브루잉 머신 등을 이용하면서도 집집마다 갖춰두고 있는 게 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점유율 1위(89.1%·닐슨코리아 자료)인 동서식품에서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4억7400만잔의 ‘맥심 카누’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5% 가량 성장한 수치다.


2011년 10월 세상에 처음 등장한 ‘카누’는 우리나라에서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스틱 형태로 포장돼 있어 물만 부으면 간단하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카누의 개발로 대중화됐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슬로건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통했다. 출시 첫해에 3800만잔을 팔았고, 판매량은 2년 뒤인 2013년(3억9400만잔) 10배 이상 성장했다. 2016년(10억3000만잔) 처음으로 10억잔을 돌파했고 지난해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술력이 만든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격해지면 제품의 품질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맥심 모카골드로 우리나라 인스턴트커피 시장을 평정한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내놓게 된 것은 커피 시장의 몸집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 2000년대 후반부터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가 20~30대를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고 커피 시장도 다양해져 갔다. 동서식품은 여기에 주목해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수준의 맛과 향을 내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동서식품은 2010년 제품 발매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고 제품 출시 전 소비자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카누의 맛과 향 모두 커피전문점 커피에 비해 아쉽다는 의견이었다. 제품 출시 일정을 미루고 1년을 더 연구에 매진했고, 결과는 10년 만에 연간 15억잔 판매로 이어졌다.

커피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하려면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해야 한다. 동서식품은 카누를 만들 때 일반 인스턴트커피보다 3배 많은 원두를 사용하고 LTMS(Low Temperature Multi Stage)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동결건조 방식까지 더해 원두커피의 풍미와 향미를 살려냈다.

카누에는 커피의 향을 끌어내주는 원두 가루도 5% 가량 들어간다. 카누를 마신 뒤 잔에 남는 까만 가루가 바로 원두다. 이 원두를 너무 많이 넣으면 이물감이 커지고, 너무 적으면 향미를 구현해내기에 부족해진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원두 가루가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좋다고 볼 수 없다. 여러 차례 실험한 결과 5% 정도 함유가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좋은 원두도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갓 뽑은 원두커피의 풍부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카누에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유명 커피 원산지의 고품질 원두가 쓰인다. 다양한 방식으로 블렌딩하고 로스팅해서 제품마다 특색있는 풍미와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커피는 문화다’… 늘 새로운 시도

맛있는 커피 못잖게 커피를 통한 감성의 충족도 중요하다. 커피는 식품이지만 커피를 즐기는 일은 문화생활로 보기도 한다. 카누는 이 지점을 잘 파고들었다. 카누 아메리카노의 패키지 색상인 검정은 첫 출시 당시(2011년도)만 해도 식음료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 색이었다. 과감한 시도였으나 소비자들은 세련된 이미지로 받아들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브랜드 슬로건도 적절하게 활용했다. 서울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커피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카누 팝업스토어는 매년 전국의 특색있는 지역에서 진행됐다. 2019년 강원도 양양군 서피비치에서 열린 ‘카누 비치카페’는 한 달 동안 5만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실용적인 접근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120㎖ 크기의 종이컵으로 먹기에 딱 좋은 ‘카누 미니’는 2012년 10월 처음 출시된 이후 사무실에서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에게 특히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18년 ‘맥심 카누 시그니처’를 출시했다. 아메리카노 커피의 맛을 최대한 구현해낸 제품이다. 커피 추출액을 얼려 수분을 제거하는 향보존동결공법을 적용해 신선한 원두의 풍부한 향미를 지켜냈고, 일정량의 원두에서 추출하는 커피의 양을 줄인 저수율 추출공법으로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살렸다. 옥지성 동서식품 마케팅 매니저는 “앞으로도 커피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간편하고 경제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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