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할 때, 천경우 <THE WEIGHT>_인싸 전시 #18

김초혜 2021. 1. 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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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에 더할 나위 없이 위로가 되는 전시가 필요하다면 주목! 독특하고 아름다운 'MoPS 한미사진미술관'에 시간과 무게가 담긴 천경우의 작품이 있다.
MoPS 한미사진미술관
ⓒ천경우Kyungwoo CHUN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업혀 있다. 타인과의 접촉이 금지된 시대에 새삼 생경해진 모습이다. 천경우 작가가 7년 만에 국내에서 선보이는 사진전 〈THE WEIGHT〉는 동명의 연작으로 시작한다. 무심결에 타임라인을 훑어 내리며 타인의 삶을 범람하는 이미지로 소비하는 요즘, 우리는 타인의 존재와 고통을 가볍게 인식하는 무감각의 훈련을 반복하며 살아간다고 작가는 말한다. 참여자들과 교감하는 실험적인 인물사진과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지속해온 천경우 작가는 오늘날의 이런 가벼움에 대항해 우리의 삶이 타인과의 관계, 기억으로 인한 무게와 시간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천경우Kyungwoo CHUN

〈THE WEIGHT〉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고등학교에서 부모를 따라 막 이주해 프랑스어가 원활하지 않은 이민자 청소년들로 구성된 특별반 학생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다. 작가는 이들에게 급우 한 명을 택해 가장 오래갈 수 있는 자세로 서로를 업고 있도록 요청한 후 이 시간을 사진에 담았다. 타인의 무게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받는 시간을 통해 감정적 연대감을 신체적으로 체험하게 한 작품이다. 지난 사진 작업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작가는 장시간 노출을 통해 인물의 형상을 찍는다. 흐릿하고 뿌연 상태의 사진에는 시간과 무게가 담긴다. 이밖에 패션 매거진에 소속된 9명의 에디터와 협업한 프로젝트 〈Nine Editors〉, 노년의 참여자들이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인생의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회상하는 과정을 촬영한 채널 영상 작업 〈Reminiscence〉가 소개된다.

MoPS 한미사진미술관
MoPS 한미사진미술관
ⓒ천경우Kyungwoo CHUN

2002년 방이동에 문 연 국내 첫 사진 전문 미술관 한미사진미술관(MoPS)이 지난해 건립한 삼청별관. 3층 규모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미술관 공간은 묵직한 계단을 그대로 살린 전시실과 인왕산을 마주하고 삼청동을 조망하는 옥상까지 온기를 품은 사색의 공간으로 짜여 있다. “포토 북이라는 것은 사진 작품을 굉장히 넓은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식”이라고 말하는 천경우 작가의 전시인 만큼 사진집을 통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도 넉넉히 마련되어 있어 시각 경험은 물론 건축적 체험까지 총체적인 감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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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전시를 소개하는 ‘인싸전시’는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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