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은 잊어라"..랜선 타고 세계시장 뚫는 동대문 패션

추인영 2021. 1. 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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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의류 도매상들이 새해를 맞아 온라인을 통해 세계 소매상을 상대로 시장을 넓힐 꿈에 부풀어 있다.

“중국 보따리상만 기다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겁니다."
서울 동대문에서 여성의류 도매매장 2개를 운영 중인 박모(42) 씨는 7일 "지난해에는 장사를 못 해 사업을 아예 접었다고 생각하는 게 속이 편하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그는 "새해에는 코로나 위기를 딛고 동대문 상인들이 다 함께 글로벌 진출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보따리상 없어도 세계 패션 소매상 상대 영업

글로벌 B2B 플랫폼 큐브에 입점한 신상마켓. 사진 딜리셔스


동대문 패션업계가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다시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데 그쳤던 온라인 플랫폼을 한·중·일 3국은 물론 글로벌 무대로 확대하면서다. 동대문 도·소매상을 잇는 ‘신상마켓’은 지난달 글로벌 전자상거래 도매 플랫폼인 '큐브(QuuBe)'와 제휴를 체결했다. 큐텐(Qoo10)이 운영하는 큐브는 한·중·일 3국의 상품을 아시아 전역으로 판매하는 글로벌 사이트다.

박씨가 매장을 운영하는 동대문 쇼핑몰 APM럭스는 중국인 보따리상이나 왕홍(網絡紅人·중국 인플루언서)을 포함한 중국인이 전체 고객의 8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중국인 보따리상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 지난해 연초만 하더라도 2017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으로 급감했던 중국인 발길이 다시 이어지는 듯 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이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대문 상인들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박씨는 "동대문 도매상들이 중국 보따리상을 상대하지 않고도 전 세계 패션 소매상에게 의류 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드나 코로나19같은 돌발 변수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무엇보다 크다. 그는 “동대문에 앉아 해외로 상품을 팔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다"며 "해외도 코로나가 기승이라지만 해외 매출까지 발생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코로나19에도 동대문 B2B 플랫폼은 성장

신상마켓 운영사인 딜리셔스의 풀필먼트 서비스 딜리버드팀이 상품을 검수 후 포장하고 있다. 큐브에서 주문한 상품은 딜리버드팀이 검수 후 포장해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큐익스플레스 한국물류센터로 옮겨진다. 사진 딜리셔스


현재 동대문 상인들이 이용하는 신상마켓은 도매업체 1만곳, 전국 패션 소매사업자 13만명이 몰려있다. 의류업계에선 “동대문에선 신상마켓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지난해 4월 누적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주문액은 한 해 전보다 1000억원 늘어난 4300억원에 정도다.

앞으로 신상마켓 상품의 시장은 글로벌 무대로 확대된다. 신상마켓에 올라온 상품을 큐브 큐레이팅팀이 해외 트렌드에 맞춰 선정해 큐브에 배치하고, 프로모션을 펼친다. 해외 배송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큐브 운영사인 큐텐은 동대문에서 보낸 의류 상품을 김포에 있는 큐익스프레스(QX) 한국물류센터에서 모아 해외 통관과 현지 배송까지 맡는다.

김포 큐익스프레스(QX) 한국물류센터는 해외 현지까지 통관 절차를 포함해 배송을 맡는다. 사진 큐텐


큐브를 운영하는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했다. 동대문 의류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큰 성공을 거둔 G마켓의 경험을 동남아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큐텐은 ‘한국형 빠른 배송’을 위해 온라인 수출 전문 배송사인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한 항공 기반 크로스 보더 트레이딩(CBT)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1월 초 현재 동대문 의류 상품 1800건 이상이 큐브에 등록됐고, 큐브를 본격 개장하지도 않았지만 벌써 일본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큐텐 측은 “우선은 신상마켓에 등록된 상품의 시장을 중국이나 일본, 또 아시아로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동대문 상인들이 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줄이고 세계를 상대로 옷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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