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웨이브에 돈 더 풀린다..3031.68 찍고, 3000선 안착한 코스피

염지현 2021. 1. 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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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0 고지에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4% 오른 3031.68에 마감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김성룡 기자.

3031.68.

대한민국 증시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수치다. 코스피가 출범 38년만인 7일 사상 처음 종가 기준 3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4% 오른 3031.68에 거래를 마쳤다. 3000대 점프를 한 뒤 2000대로 주저앉은 전날의 장중 최고치(3027.16)도 뛰어넘으며 제대로 기록을 세우며 3000고지에 안착했다. 2007년 7월 2000선을 돌파 이후 13년 5개월 만에 3000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유동성의 힘, 코스피 종가 첫 3000 돌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기록 달성의 수훈갑은 기관이다. 3000고지 점령까지 증시를 끌고 왔던 개인투자자, 일명 동학개미가 차익실현에 나서며 1조1708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이를 다 받아낸 것이다. 새해 들어 3거래일 연속 3조원 어치를 던졌던 기관이 이날은 순매수(1조246억원)로 돌아섰다. 여기에 외국인(1082억원)도 ‘사자’ 행렬에 합세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한 것은 미국 정치권에서 날아든 ‘블루웨이브(민주당이 대통령과 미국 상하원 장악)’ 뉴스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상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며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며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44% 올라 역대 최고치인 3만829.40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이 블루웨이브에 환호한 것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면서 세금 인상 우려보다 재정적자를 감내하고 돈을 더 풀 것이란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조 바이든 정부가 적자 재정을 통해 더 많은 돈을 풀 것으로 예상돼서다.

당분간 유동성의 수도꼭지가 잠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 속에 7일 코스피 시장에서도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해온 반도체ㆍ정보기술(IT)업종 외에도 철강ㆍ기계ㆍ금융업종까지 돈이 골고루 몰리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철강(2.93%)과 기계(1.96%)업종 주가는 이날 하루 2% 뛰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전자(9.1%)와 LG화학(8.09%), 현대모비스(7.4%), SK텔레콤(7.8%)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85% 오른 8만2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숨고르기 하루 만에 전열을 정비하고 3000선을 돌파한 코스피의 상승세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시장의 중론이다. 유동성과 기업 실적이 증시에 충분한 땔감을 공급할 것이란 시각에서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중에 풀린 유동성으로 힘으로 1분기 말 2분기 사이 코스피 지수는 32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수 향방의 키를 쥔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며 “기업이익의 선행지표인 수출증가율이 개선되는 만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자동차ㆍ화학업종의 상승 랠리가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지수는 3500선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한국 증시의 체력과 몸집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럼에도 코스피가 단기간 과열된 만큼 신중한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기간의 지수 급등에 따른 거품(버블) 우려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일 기준 13.73배에 이른다. 10년 평균(9.8배)은 물론 IT붐이 일던 2000년 7월(14.46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수급 측면에서 개인투자자가 몰리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에 불었던 ‘패닉 바잉’이 주식시장으로 넘어왔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영업본부장은 “새해 들어 종목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통상 주식시장이 과열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키움증권에서 지난 6일 하루동안 새로 개설된 계좌 수만 3만9784좌에 이른다. 하루 평균 계좌 개설 수치로는 최대 규모다. 이날 하루동안 이 증권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판 금액(약정 금액) 역시 23조4700억원을 돌파해 역시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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