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멜로영화의 귀환, '화양연화'

데스크 2021. 1. 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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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신년 극장가에는 대작 영화들로 가득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신작은커녕 재개봉 영화가 극장을 메우고 있다.

지난달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20년 전 작품이지만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로 영화를 사랑했던 기존 관객은 물론 신규 관객까지 모으며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화양연화'는 2000년 왕가위 감독 연출에 양조위와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로 1962년 홍콩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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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으면 신년 극장가에는 대작 영화들로 가득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신작은커녕 재개봉 영화가 극장을 메우고 있다. 적게는 2~3년 많게는 10~20년 전 영화들이다. 지난달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20년 전 작품이지만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로 영화를 사랑했던 기존 관객은 물론 신규 관객까지 모으며 상위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화양연화’는 2000년 왕가위 감독 연출에 양조위와 장만옥이 출연한 영화로 1962년 홍콩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명감독과 명배우의 유명세만으로도 충분히 흥행이 보증되는 영화지만 수준 높은 연출력과 연기력은 물론 배경음악이나 영상미, 의상에서도 빼어난 작품이다.


영화는 홍콩의 상하이 이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두 부부가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지역신문 편집장 차우(양조위 분) 부부와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는 리첸(장만옥 분) 부부다. 남편이 사업상 일본으로의 출장이 잦은 리첸, 아내가 호텔 근무로 자주 집을 비우는 차우는 아파트 주변에서 자주 만나게 되면서 친한 이웃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차우와 리첸은 자신들의 배우자가 서로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배우자들의 불륜을 통해 만났지만 그들은 점차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느낀다.


‘화양연화’는 불행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슬픔이 있으면 기쁨이 존재한다. 언뜻 보면 서로 상반되는 관계 같지만 사실은 서로 하나다. 둘 중에 어느 하나를 빼버리면 다른 하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첸과 차우는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배우자에게서 받은 상처와 고통은 그 배우자의 배우자를 통해서 위로 받는다. 가장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꼈던 순간, 오히려 가슴 속 깊이 묻어둘 만큼의 아름다운 사랑,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를 맞이하게 된다.


사회적 윤리와 도덕이 개인의 욕망보다 먼저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이다. 지금 같으면 개인의 행복이 우선시 되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먼저 추구하는 요즘, 이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제도가 됐다. 하지만 지금도 사회적 관습에 얽매인 사람들은 윤리와 도덕을 앞세워 개인의 행복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사회적 윤리 사이의 갈등은 영화 속 아름다운 미장센과 연결되며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처연하게 받아들여지게 한다.


지나간 시간의 의미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지나고 나서야 그때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되돌아오지 못할 빛나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살던 아파트를 방문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앙코르 와트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영화에는 그림자처럼 숨어있다. 영화는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간, 우리네 인생에서 화양연화에 대한 기억을 되살아나게 만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적 여건도 영화도 모두 변했다. 1960년대와 달리 이혼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며 멜로 영화보다는 액션이나 마블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흥행몰이는 시대를 초월해서 아직도 우리에게 개인적 행복보다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각박한 요즘 영화 ‘화양연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절제된 연출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면서 멜로 영화의 귀환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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