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GOTY를 믿지 못하는 3가지 이유

조영준 2021. 1.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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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를 빛낸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 이하 'GOTY')의 최다 수상 주인공은 너티독의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The Last of Us Part II / '라오어2')로 결정됐다.

아직 모든 매체의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라오어2’는 무려 137곳이 넘는 매체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한 명실공히 2020년 가장 빛났던 작품이다. 이러한 결과는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결과이며, 최다 GOTY를 수상한 역대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수치이기도 하다.

게임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한해 최고의 게임으로 앞다투어 선택할 정도로 많은 찬사를 받은 게임이고, 출시와 동시에 최다 GOTY가 예상된 게임인 만큼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의 반응 역시 당연히 좋아야 하건만, 정작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오히려 GOTY를 선정한 이들에 대한 빈정거림만 가득할 뿐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GOTY 이미지

라오어2의 상반된 반응. 유저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다

우선 'GOTY'는 아카데미 상이나 에미상 같이 어느 저명한 단체나 집단에서 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준을 갖춘 전 세계 수백 곳의 언론 매체, 웹진 그리고 게임 시상식에서 모두 선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GOTY를 받았다고 해서 엄청난 상을 받은 것은 아니며, 매체와 웹진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게임에 불과하다.

비록 권위 있는 상이라 할 수는 없으나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GOTY 수상 방식은 15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게이머들의 신뢰를 받아왔고, GOTY 집계를 지켜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하나의 연말 행사처럼 굳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2013년 발매되어 게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던 라오어 1편의 후속작인 라오어2는 “출시와 동시에 GOTY는 떼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2020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으나, 출시 전부터 엔딩 영상이 유출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게임 역시 액션, 전투, 그래픽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전작의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할 방식으로 처리한 것을 비롯한 스토리 부분에서 혹평을 받으며, 게이머들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실제로 라오어2는 출시 후 2개월 만에 29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단기 흥행을 거뒀지만, 이후 판매가 80% 이상 줄어들었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전작인 라오어 1편이 출시 후 5년 동안 1,700만 장의 판매를 기록했고, DL(디지털 다운로드)의 활성화로 본편보다 속편의 판매량이 더 많아진 최근 게임 시장의 흐름을 볼 때 이러한 성과는 기대 이하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에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지만, 이를 소개하는 매체들은 최고의 명작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뚜렷한 온도 차를 보여줬다. 이제는 게임의 평점을 집계하는 곳으로 자리 잡은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전문가 평점과 유저 평점이 극과 극으로 갈린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더욱이 라오어2의 개발자가 SNS를 통해 게임을 비판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비난과 조롱을 일삼았고, 그 결과 ‘라오어2’는 재미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임의 본질에서 벗어나 이름만 언급해도 서로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오가는 하나의 키워드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듯 이제는 게임이 아닌 분쟁 거리로 전락한 ‘라오어2’가 역대 최다 수상까지 거론되며, 무려 137곳이 넘는 곳에서 ‘GOTY’를 받는 것을 지켜본 대다수의 유저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더욱이 2020년 역대 최다 GOTY 받은 작품이 전세계 게임 스토어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로 인해 지속적인 할인에 들어가자 이러한 비판의 시선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미지

‘사이버펑크2077’ 보다 저평가된 ‘동물의 숲’과 ‘하프라이프 알릭스’

라오어2 이외에 수상작에 오른 게임의 형평성도 문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집계된 GOTY 수상작을 살펴보면 로그라이크 장르의 작품인 ‘하데스’가 라오어2에 이어 최고 수상작으로 집계되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이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의 확산으로 전세계에서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숲’)과 VR 게임의 신기원을 연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굉장한 저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금일(7일) 현재 ‘동숲’의 GOTY 수상은 13개,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9개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물론, 10개 이상의 매체에서 GOTY로 선정했다는 것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지만, 3번의 연기 끝에 발매되었으나 각종 버그로 환불 사태까지 휘말린 ‘사이버펑크 2077’이 17개를 받으며, 이들 게임보다 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다소 의아하다.

우선 지난 3월 20일 출시된 ‘동숲’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화되어 어려운 시기를 겪은 전세계 게이머를 위로한 게임 중 하나다. 더욱이 친구를 만나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마을을 건설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도입되어 게임을 즐기지 않던 여성과 노년층까지 게임으로 이끌어 사회적인 이슈까지 불러온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를 얻은 ‘동숲’은 출시 후 5개월 만에 무려 2,2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단기간 최대 판매를 기록한 게임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러한 엄청난 성과와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사회적 이슈까지 불러온 작품이 2020 ‘GOTY’에서 ‘사이버펑크 2077’ 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상황.

하프라이프 알릭스

‘하프라이프 알릭스’ 역시 VR의 새로운 기원을 연 게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벨브의 명작 게임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이 게임은 게이머가 가상 세계에 들어가 슈류탄을 바구니에 담아 차례로 던지고, 먼지 쌓인 창문에 글자를 쓰는 등 상상 그 이상이 플레이를 VR에서 구현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더욱이 레이싱, 리듬액션, FPS 등의 장르에만 치중하여 몇 년간 비슷한 게임만 양산해 제자리걸음을 걸었던 VR 게임이 이제 RPG,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전지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짧은 스토리로 시리즈 나눠팔기라는 말까지 들었던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이것 역시 이번 ‘2020 GOTY’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폴가이즈

폴가이즈는 왜 순위에도 없을까?

의아한 점은 또 있다. 이전까지와 올해까지 GOTY 수상작을 살펴보면 멀티플레이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8월 출시된 ‘폴가이즈’다. 이 게임은 간단한 룰과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마지막까지 1명이 살아남는 배틀로얄 시스템을 더하며,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로 ‘폴가이즈’는 전세계 게임 스트리머 중 이 게임을 하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흥행을 거뒀고, 지금도 수많은 유저들이 접속하며,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GOTY가 단순히 인기투표가 아니고, 콘텐츠와 시스템의 혁신성을 모두 고려하여 수상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기존 멀티플레이 게임 콘텐츠에 색다른 시스템을 더해 장르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이 게임이 단 곳에서도 수상받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

폴가이즈

이는 GOTY를 선정하는 서구권과 일본 등 기존 게임 시장의 온라인게임을 외면하는 풍토와 크게 연관되어 있다. 실제로 역대 GOTY 수상작 중 온라인 기반의 게임은 오버워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서양에서 대 히트한 게임만이 GOTY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찾기가 매우 힘들다. 스팀의 역대 동시접속자 기록에 근접하며, 전세계에 배틀로얄 게임 붐을 일으킨 ‘배틀그라운드’도 GOTY 수상에 실패했을 정도.

아직까지 솔로 플레이 혹은 싱글 플레이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지만, 이미 수 많은 게이머들에게 대세로 자리잡은 멀티플레이 게임이 항상 이들 GOTY를 선정하는 매체와 시상식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것. 이는 앞으로 변화하는 게임 시장에 대해 이들 전문가가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2020 올해의 게임의 수상 결과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불신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몇년 간 보여준 전문가들의 게임에 대한 평가와 일반 유저들의 괴리감은 이제 불신의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더이상 GOTY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에서 2021년에는 또 어떤 게임이 GOTY에 올라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를지 앞으로의 모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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